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최근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에게 물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대만 프로팀 퉁이 라이온즈에 패한 이유에 대해서. 김 감독의 답은 이랬다. “선발투수 채병용을 상대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타자들이 철저히 노림수를 갖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에스케이 투수들은 이날 정규리그에서도 허용하지 않았던 홈런 4방을 두들겨 맞았다. 그만큼 퉁이는 에스케이를 철저히 연구하고 도쿄돔에 들어섰다. 돌이켜보면 에스케이는 정보전에 허를 찔린 셈이다.
도쿄돔이 다시 북적인다. 세계야구클래식(WBC)때문이다. 개막은 5일이지만, 정보전은 일찌감치 막을 올렸다. 한국은 이미 호주 등지로 유남호, 김수길 전력분석위원을 보내 대만 대표팀을 분석했고, 일본에는 박노준 전력분석위원을 파견해 연구에 매달렸다. 전력분석자료는 일본에 입성한 김인식 대표팀 감독 손으로 넘어갔다. 분석자료 활용법은 김 감독에게 달렸다.
‘현미경 야구’를 자랑하는 일본 또한 한국 대표팀을 집중적으로 해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숙소로 잡은 호텔 2개층 중 한 곳을 전력분석실로 만들었다고 한다. 3일 열린 한국 대표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에는 이례적으로 하라 다쓰노리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투·포수 조가 도쿄돔을 찾아 한국팀을 유심히 관찰했다. 일본 언론에선 일본전 선발투수가 유력한 김광현(SK)을 깰 비책이 이미 마련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팀 분석에 할애하고 있다. 전력분석요원들에게 한국 자료를 건네받은 대만 대표팀은 녹화영상을 보면서 투수들은 타자들의 특성을, 타자들은 투수들의 투구습관(쿠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 초반을 가늠할 수 있는 선발투수에 대해서도 류현진(한화) 등 몇몇 후보를 뽑아 현미경을 갖다대고 있다. 아시아시리즈 때처럼 노림수를 찾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는 대만으로선 노림수 만이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단 1%라도 약점이 잡히면 단번에 흐름이 넘어가는 게 단기전이다. 숨기느냐, 들키느냐의 첩보전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이제 실전이 다가오고 있다. 첩보전쟁의 결과가 실전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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