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고교야구가 몸풀기에 들어갔다. 남쪽에서 겨울훈련을 하던 팀들은 현재 군산·강진 등지에서 한창 경기를 하고 있다. 3월 열리는 황금사자기에 맞춰 서서히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한 목소리로 고교야구의 현재 트렌드가 ‘우투좌타’라고 전한다. 오른손으로 던지되, 타석에선 왼쪽에 들어서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복근 두산 스카우트 차장은 “몇년전부터 우투좌타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지금은 한 팀의 9명 선발라인업에서 평균 3명이 우투좌타 선수들이다. 원래 왼손잡이 선수까지 치면 팀당 4~5명이 왼쪽 타석에 선다”고 말했다. 군산상고의 경우는, 선발라인업에서 6명이 좌타자란다.
처음부터 우투좌타인 선수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만들어진 선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오른손잡이 아들이 발이 빠르니까 야구부에 들어가자마자 감독이 곧바로 왼손 타격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왼쪽타석에 서면 1루 베이스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오른쪽 타석에 섰을 때보다 두 걸음 정도 절약할 수 있고, 그 만큼 1루에서 세이프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빠르기에 상관없이 왼손으로 방망이를 칠 수만 있다면 너도나도 왼손잡이를 만들고 있는 추세다. 손차훈 에스케이 스카우트는 그 이유를 프로야구 1세대 감독들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지금 고3인 학생들은 프로야구 1세대들이 아마추어 지도자를 시작한 때 막 야구를 시작한 선수들이다. 프로에서는 왼쪽타자가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이면 바로 타격을 바꿔버린 것 같다.”
좌타자 쏠림현상은 가능성있는 오른손 거포의 싹마저 처음부터 잘라버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현재 고교야구는 오른손 거포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데, 대회 기간 내내 단 1개의 홈런포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나무방망이를 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대기에는 상황이 자못 심각하다. 지난해 신인왕 최형우(삼성)나 타격 3관왕 김현수(두산)는 모두 초등학교 때 ‘만들어진’ 왼쪽타자(우투좌타)다. 아마추어 야구계의 무분별한 왼손잡이 만들기는 앞으로 닥칠 프로야구의 오른손 거포 실종시대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양희 기자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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