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프로야구 총재 추대건과 맞물려 메이저리그 초대 커미셔너였던 케네소 랜디스 판사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여러 사안과 맞물려 프로야구계에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이라 그런 것 같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커미셔너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9년 터진 블랙삭스 스캔들 때문이었다. 8명 선수들이 도박꾼들과 함께 월드시리즈 승부조작에 관여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메이저리그 인기는 급격히 추락했다. 냉랭해진 팬들을 붙잡기 위한 타개책으로 구단주들은 1920년 11월 랜디스 판사를 커미셔너로 앉혔다.
엄청난 야구광이던 그는, 사법적으로는 무죄판결을 받은 8명 선수들을 영구추방하는 결단을 내리는 등 과감한 조처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밀러 허긴스 양키스 감독이, 사사건건 불만을 터뜨리는 최고 스타 플레이어 베이브 루스에게 당시로는 1년치 연봉이었던 5000달러를 벌금으로 매기자, “사무국 입장에선 베이브 루스도 결국 한 명의 선수일 뿐”이라는 소신있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랜디스는 분명 벼랑 끝에 몰린 메이저리그의 구원투수였다.
하지만, 간혹 그에 대해 간과해버리는 사실이 한가지 있다. 랜디스는 엄청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가 커미셔너가 되기 전부터 메이저리그는 흑인선수들의 진출을 막아왔으나, 그가 커미셔너에 오른 이후에는 그 장벽이 더욱 단단해졌다. 스프링캠프때라도 흑인선수들이 뛰는 리그 팀들과의 연습경기 자체를 불허했다. 흑인선수들을 중용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면, 미리 차단해버리기도 했다. 구원투수의 또다른 이름은, 외골수의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였다. 1944년 랜디스의 사망으로 24년 무소불위 철권시대가 마감된 뒤에야 흑인선수들은 비로소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9일 프로야구 차기 총재로 재추대됐다. 그동안 프로야구 총재는 정치인 출신 아니면 구단주가 맡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프로야구는 현재 모그룹들의 재정압박으로 경제위기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고, 도박사건 연루 등으로 도덕성에 흠집을 입은 상황이다. 돔구장 등 야구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유 이사장이 열린 눈과 귀를 가진 프로야구의 진정한 구원투수가 되기를 고대해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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