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작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뜨겁게 달궜던 선수는 조시 해밀턴(28·텍사스 레인저스)이었다. 그는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지명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1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뒤 마약에 젖어들었다. 술독에 빠져살며 무려 11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를 다시 일으킨 것은 할머니의 하염없는 눈물이었다. 힘겨운 재활 끝에 그는 메이저리그 강타자로 거듭났고, 작년 올스타전 홈런더비는 해밀턴이 짧은 시간 써내려갔던 인간 드라마에 정점을 찍는 사건이었다.
우완 정통파 투수 김진우(26)는 한때 프로야구 최고유망주였다. 2002년 신인 역대최고액으로 프로에 데뷔한 그는, 1m92의 큰 키를 이용한 빠른 직구를 앞세워 그해 탈삼진 부문 1위에 올랐다. 프로야구 사상 첫 신인 탈삼진왕이었다. 덩치에 비해 마음은 여려서, 계약금(7억원)으로 받은 돈으로 짓고 있던 새 집에서 낙마사한 어머니 얘기를 할 때면 눈물을 그렁거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생활 문제로 그라운드를 떠난 지, 19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몇번 복귀의지를 밝혔다가 틀어진 뒤, 다시 마음을 다잡았는지 최근 경찰청 훈련에 합류해 몸을 만들고 있다. “젊은 후배의 재능을 그냥 썩힐 수는 없다”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배려에 의해서였다.
김진우의 몸은 제법 괜찮다는 게 유 감독의 전언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갓 입문했을 때 몸을 생각하면 된다고 하니, 몸은 그라운드에서 던질 채비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 감독도 마음만은 장담할 수 없단다. 2007년 그를 임의탈퇴로 묶어버린 소속팀 기아 타이거즈나 팬들도 아직은 반신반의 중이다. 연달아 “늑대다”를 부르짖었던 양치기소년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
김진우 자신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반성의 뜻을 내비치면서 그라운드 복귀의지를 밝히고 있다. 방황기 동안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낸 뒤 이제야 야구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이젠 말이 아닌 성실한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할머니의 눈물이 해밀턴에게 그랬듯, 어렵사리 유 감독이 그에게 뻗은 손길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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