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선수마다 편한 구장이 있다. 뚜렷한 이유없이 그 구장만 가면 홈런을 친다든가, 가뿐하게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한다든가 하는 ‘특별한’ 구장이 있는 것이다. 그라운드 위의 포청천, 심판들은 어떨까. 한국야구위원회(KBO) 문승훈 심판은 “심판들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경기전 예민해지는데, 구장 안의 파여진 흙이나 조명때문에 민감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움직임만 적을 뿐이지 선수들과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심판들도 구장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홈플레이트 주변 흙상태는 주심의 하루를 좌우한다. 경기 시작 전에 흙을 고르기는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전 타격연습을 할때 심할 정도로 흙을 파놓기 때문에, 포수 뒤에 잘못 섰다가 발목까지 푹 빠져 낭패를 보기도 한다. 때론 흙상태나 그라운드 경사도에 따라 3시간 넘게 한 다리는 펴고, 한 다리는 구부린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어야 하기도 한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흙상태만 놓고 보면 청주구장이 최악이었다.
대구구장이나 문학구장은 햇빛이 문제다. 대구구장 1루나 문학구장 3루는 해가 질 무렵이면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순간적으로 공을 놓칠 수도 있다. 대전구장은 전광판 조명이 너무 밝아 주심이 다소 애를 먹는다. 투수가 던진 공이 가끔 조명에 가리기도 하기 때문. 김병주 심판은 “구장상태에 대해서 심판들은 회의 등을 통해 공유를 한다. 심판들에게 가장 편한 구장은 잠실구장”이라고 귀띔했다.
2008 아시아시리즈가 열렸던 도쿄돔은 어떨까. 결승전 주심을 봤던 최수원 심판은 “도쿄돔 천장이 하얗기 때문에 주심 위치에서는 뜬공이 잘 안 보였다. 수비수의 움직임을 보고 공의 방향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구장안에 깔린 흙은 한국구장과 달리 딱딱해서 서 있기가 편했다고 한다. 최 심판과 함께 했던 강광회 심판은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적응은 됐지만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주위가 뿌옇게 보였다”고 했다.
덧붙이기 하나.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예선전에서 박재홍(SK)의 파울타구를 홈런으로 인정한 중국야구협회(CBA) 리웨이겅 심판은 세이부와 퉁이 라이온스의 결승전에서도 1회초 페어지역에서 일본 수비수 글러브에 맞고 파울지역으로 날아간 타구를 파울로 선언했다. 정상적으로 판정했다면 퉁이는 무사 1·3루 기회를 맞았을 것이고, 경기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리웨이겅 심판은 비자문제로 다른 심판들과 달리 혼자 개막 당일에야 겨우 입국했다고 한다. 자질문제는 차치하고 입국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더욱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던게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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