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큰경기 ‘울렁증’ 신인·베테랑 똑같아
전력분석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중요
전력분석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중요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준플레이오프 결과는 의외였다. 3전 전패로 롯데가 쉽게 무릎꿇을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롯데 선수들의 ‘큰무대 울렁증’이 화근이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정말 큰경기 경험치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 걸까?
정규리그를 휘어잡던 선수들도 처음 가을야구를 하면, 활약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을 떠올리면 일면 그런 것도 같다. 한 예로, 1993년 타격왕(0.341)과 신인왕을 차지했던 양준혁(삼성)은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0.158(38타수 6안타)로 저조했다. 데뷔해(2006년)에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탈삼진왕)을 달성했던 류현진(한화)도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괴물투를 뿌리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시즌 3승의 고졸 신인 김광현(SK)이 시즌 22승 투수(두산 리오스)를 물리친 것을 떠올리면 가을야구의 승패는 꼭 경험치만의 문제는 아닌 것도 같다. 포스트시즌 최다경기출장기록(74경기)을 갖고 있는 히어로즈 베테랑 포수 김동수는 “가을야구를 많이 뛰었어도, 할 때마다 긴장이 된다. 아무리 나가도 면역이 안되는 게 포스트시즌”이라고 했다.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가을야구에선 똑같이 긴장한다는 뜻이다.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 두산과 삼성 야수들의 성적 중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있다. 포스트시즌에 30타석 이상 출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봤을 때,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는 두산 전상열(0.413)과 삼성 조동찬(0.330)이다. 둘 모두 중심타자는 아니지만, 포스트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팀내 최고였다.
또 역대로 가을야구에서 ‘미쳤던’ 선수들 면면을 보면 의외의 선수들이 많다. 2005년 김재걸(삼성)이 그랬고, 2001년 홍원기(당시 두산)가 그랬다. 당시 이들은 큰무대 경험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두방을 쳐내며 ‘가을동화’를 써내려간 조동화(SK)도 마찬가지다. 조동화는 후에 자신이 ‘미쳤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냥 전력분석팀이 시키는대로 쳤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전력분석요원 5명을 활용한 롯데 투·타에 대한 철저한 사전분석으로 송승준·손민한을 무너뜨리고, 조성환·이대호 등 중심타선을 봉쇄했다. 롯데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하려는 의지만 강했을 뿐, 상대에 대한 준비에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경험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준비자세가 아닐까.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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