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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믿음야구? 그냥 편하게 하는 거지

등록 2006-03-23 07:26수정 2006-03-23 17:04

WBC 4강 일군 ‘그라운드 마술사’ 김인식 감독
# 미소…이종범 2루타 회상할 때
# 애석…김병현 홈런 맞았을 때
# 기대…선수 잘해줘야 팬들 몰려

그는 여전히 차분했고, 여유로웠다.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을 4강에 올려놓아 세계적 야구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도 그에겐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20일 남짓 전국민을 다이아몬드에서 펼쳐지는 ‘백구의 마술’에 빠뜨렸던 김인식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제 한화 이글스의 사령탑으로 복귀해 우리 앞에 다가왔다.

미국 애너하임과 샌디에이고의 야구장에서 일본 미국 멕시코 등과 피를 말리는 열전을 벌이고 온 탓인지 조금 피곤함이 묻어나긴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2일 오전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야구를 이야기했다.

그는 우선 일본 야구를 인정했다. 우승팀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녔습니다. 투·타 균형도 좋았고, 아주 빠른 야구를 구사했습니다. 비록 운도 따르긴 했지만 모든 것이 잘 짜인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밀어내고 결승에 올라 세계 정상에 오른 일본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에 대해선 약간의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일본 만의 선수가 아닙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때 우리는 그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는 동양을 대표하는 선수입니다. 경솔한 언행을 하면 안되죠.” ‘30년 운운’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다.

김 감독은 김병현이 일본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평소의 과묵한 그답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모두들 식당에 모였는데 김병현만 안보였다. 그래서 김병현 방에 김 감독이 직접 전화를 했다. “어이 비케이(BK) 아침 안먹어?” 순간 김병현은 누가 전화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곧 감독이 직접 전화한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식당에 왔다. 김 감독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김병현이 7회 대타 후쿠도메 고스케에게 볼카운트 1-2에서 몸쪽 바짝붙는 싱커볼을 던졌으면 했는데, 한 가운데 직구를 던져 2점홈런을 맞은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김 감독은 김병현과 헤어질 때 “올 겨울 한국에 오면 밥 같이 먹자”라는 말로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도 가장 통쾌한 순간을 이종범의 2루타(8강 라운드 일본전)를 꼽는다. “너무 통쾌했어요. 주장인 그가 대견스러웠습니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온국민을 흥분시켰던 대회 주최국 미국의 ‘횡포’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그들도 자신의 잘못을 알 것입니다. 처음인데 이만큼 한 것도 대단한 것이라고 봅니다.”

김 감독이 펼치는 화제의 ‘믿음 야구’에 대해선 쑥스러운듯 말을 삼간다. “믿음의 야구가 따로 있나요? 서로 믿고 편하게 느끼게 하면 되는 것이죠.” 다만, 투수 로테이션과 관련해 선동열 투수코치에게 맡겼는데 20번의 투수교체에 대해 단 두차례만 이견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갔어요.” 자기 자랑이라고 여긴 탓인지 그 정도에서 입을 다문다.

조성민 같이 다른 팀에서 외면하거나 부상 중인 선수를 데려다 스타로 만드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남들보다 먼저 생각해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뿐입니다.” 더는 설명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앞으로는 절대 국가대표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분명히했다. “제의가 오더라도 사양할 것입니다. 이제 젊은 감독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보려고 팬들이 몰려 올 것입니다. 그들이 잘해줘야 야구가 삽니다.”

2004년 12월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되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두달 만에 일어나긴 했으나 아직도 재활치료 중인 김 감독은 “성적에 연연하면 절대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기다림의 철학으로 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왼손으로는 저린 오른손을 쉼 없이 주무른다.

밖에선 따뜻한 봄볕 아래 올해 또다른 신화를 창조하려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힘찬 배트를 휘두른다. 김 감독은 조용히 더그아웃에 자리잡는다. 대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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