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를 기다리는 한국선수를 슬라이더와 직구로 농락한 우에하라 투수. (사진 연합)
굳이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자면, `야구는 과학, 축구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작전이 통하는 경기인 데 비해, 축구는 데이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창조력이 필요한 경기이다.
흔히 야구인들이 야구경기는 바둑처럼 언제든지 복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이영만 편집국장이 쓴 <김응용의 힘>이라는 책을 보면, 김응용 삼성라이온스 사장은 "10년 전의 야구경기는 복기가 가능한 데 어제 밤에 차를 어디에 세워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야구는 과학'이라고 점을 새삼 강조하는 말처럼 보인다.
이번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한국이 일본과 세 번 붙어 2번 이겼지만, 3번째 패하고 말았다. 세 번만에 한국을 이기고 결승에 오른 일본은 쿠바마저 꺾고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한국이 일본과 세번째 경기에 진 원인을 놓고 한 대회에서 같은 팀과 세 번이나 붙게 한 대진방식의 불합리성, 확률 경기인 야구에서 한 팀이 똑같은 팀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두는 것은 힘들다는 점, 야구기반이 워낙 차이가 심하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경기 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날의 경기 내용에만 한정해 놓고 보면 , 한국은 과학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밀렸다. 첫째, 약게 던지는 일본선발 우에하라 고지의 볼을 전혀 치지 못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투수인 우에하라는 이날 7이닝 동안 86개를 던져 산발 3안타로 한국 선수들을 요리했다. 한국선수들이 우에하라의 볼을 잘 치지 못한 것은 그의 작전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우에하라는 한국선수들이 자신의 포크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우에하라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초반에 포크볼을 노리는 한국선수들에게 슬라이더와 직구를 많이 던졌다"면서 "잊을 만할 때 포크를 던졌다"고 말했다. 보통 직구와 슬라이더를 치려면, 타자의 무게 중심이 앞다리에 있어야 한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치려면 무게중심이 뒤에 있어야 한다. 결국 한국 타자들은 이날 우에하라와 대결에서 포크를 노리고 무게중심을 뒤에 두고 있다가 직구와 슬라이더로 공략하는 우에하라에 당했다. 또 직구와 슬라이더를 치려고 중심을 앞으로 옮겼다고 포크볼에 농락당한 것이다. 옆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에는 강하지만, 위아래의 변화를 하는 포크볼에 취약한 한국 타자들로서는 불감당이었다고나 할까? 둘째, 상황변화에 따른 일본 벤치의 작전이 정교했다. 막판 벼랑에 몰린 오 사다하루 감독은 먼저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스즈키 이치로를 1번에서 3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앞에 발빠른 아오키와 니시오카를 1, 2번에 놨다. 또 9번에도 교타 준족의 가와사키를 배치했다. 이치로 앞에 발빠른 주자를 내보내고 가장 믿을 만하고 독이 오른 이치로에게 맡겼다. 오 감독은 "주자를 둔 상태에서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이치로의 대활약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오 감독의 대타작전도 절묘했다. 이날 선제 2점 결승홈런을 날린 후쿠도메는 경기 전부터 타격감이 매우 좋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그동안 후쿠도메는 타격의 극도의 부진을 보여 스타팅 멤버에서 빠져 있었다. 다시 타격감이 살아난 것을 본 오 감독은 경기 전 후쿠도메에게 다가가 "좌완이나 언더스로 투수가 나올 때 좋은 기회가 오면 대타로 기용할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벤치에서 줄곧 기회를 엿보고 있던 후쿠도메는 7회에 1사 주자 2루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김병현의 가운데로 몰린 공을 통타해 이날 일본 타선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세째는 기싸움에서 졌다. 2번이나 진 일본은 "이번에 지면 일본야구가 망한다"며 정신자세를 다지고 나왔다. 그들의 기세는 경기 초반부터 느껴졌다. 이치로의 눈은 어느 때보다 독기로 날이 서 있었고, 코칭스탭과 운동장과 벤치의 선수를 가리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한국선수들도 질 수 없다는 자세로 나왔다. 그렇지만 같은 상대와 3번이나 붙는 대진방식에 대한 불만과 2번이나 이겼는데 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정신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됐다. 또한 4강 진출 때 이미 발표된 병역혜택도 선수들의 투쟁심을 누르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팀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최대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굳이 한국의 패인을 따져보는 것은 패배를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다음에 만났을 때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은 환경대로 고치고, 그와 병행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이번 대회는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도전하려면 위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와, 이를 제대로 받아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벤치의 작전이나 정신력은 쉽게 보강을 할 수 있지만, 정교한 투수와 타자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탄생할 수 있다. 다음 대회에서는 투타 모두 초정밀무기를 장착한 한국드림팀을 보고 싶다.
그러나, 이날의 경기 내용에만 한정해 놓고 보면 , 한국은 과학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밀렸다. 첫째, 약게 던지는 일본선발 우에하라 고지의 볼을 전혀 치지 못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투수인 우에하라는 이날 7이닝 동안 86개를 던져 산발 3안타로 한국 선수들을 요리했다. 한국선수들이 우에하라의 볼을 잘 치지 못한 것은 그의 작전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우에하라는 한국선수들이 자신의 포크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우에하라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초반에 포크볼을 노리는 한국선수들에게 슬라이더와 직구를 많이 던졌다"면서 "잊을 만할 때 포크를 던졌다"고 말했다. 보통 직구와 슬라이더를 치려면, 타자의 무게 중심이 앞다리에 있어야 한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치려면 무게중심이 뒤에 있어야 한다. 결국 한국 타자들은 이날 우에하라와 대결에서 포크를 노리고 무게중심을 뒤에 두고 있다가 직구와 슬라이더로 공략하는 우에하라에 당했다. 또 직구와 슬라이더를 치려고 중심을 앞으로 옮겼다고 포크볼에 농락당한 것이다. 옆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에는 강하지만, 위아래의 변화를 하는 포크볼에 취약한 한국 타자들로서는 불감당이었다고나 할까? 둘째, 상황변화에 따른 일본 벤치의 작전이 정교했다. 막판 벼랑에 몰린 오 사다하루 감독은 먼저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스즈키 이치로를 1번에서 3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앞에 발빠른 아오키와 니시오카를 1, 2번에 놨다. 또 9번에도 교타 준족의 가와사키를 배치했다. 이치로 앞에 발빠른 주자를 내보내고 가장 믿을 만하고 독이 오른 이치로에게 맡겼다. 오 감독은 "주자를 둔 상태에서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이치로의 대활약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오 감독의 대타작전도 절묘했다. 이날 선제 2점 결승홈런을 날린 후쿠도메는 경기 전부터 타격감이 매우 좋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그동안 후쿠도메는 타격의 극도의 부진을 보여 스타팅 멤버에서 빠져 있었다. 다시 타격감이 살아난 것을 본 오 감독은 경기 전 후쿠도메에게 다가가 "좌완이나 언더스로 투수가 나올 때 좋은 기회가 오면 대타로 기용할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벤치에서 줄곧 기회를 엿보고 있던 후쿠도메는 7회에 1사 주자 2루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김병현의 가운데로 몰린 공을 통타해 이날 일본 타선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세째는 기싸움에서 졌다. 2번이나 진 일본은 "이번에 지면 일본야구가 망한다"며 정신자세를 다지고 나왔다. 그들의 기세는 경기 초반부터 느껴졌다. 이치로의 눈은 어느 때보다 독기로 날이 서 있었고, 코칭스탭과 운동장과 벤치의 선수를 가리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결승전에서 쿠바를 꺽고 세계야구클래식 첫 우승을 한 일본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나와 환호하고 있다.
물론 한국선수들도 질 수 없다는 자세로 나왔다. 그렇지만 같은 상대와 3번이나 붙는 대진방식에 대한 불만과 2번이나 이겼는데 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정신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됐다. 또한 4강 진출 때 이미 발표된 병역혜택도 선수들의 투쟁심을 누르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팀이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최대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굳이 한국의 패인을 따져보는 것은 패배를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다음에 만났을 때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은 환경대로 고치고, 그와 병행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이번 대회는 한국야구가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도전하려면 위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와, 이를 제대로 받아칠 수 있는 타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줬다. 벤치의 작전이나 정신력은 쉽게 보강을 할 수 있지만, 정교한 투수와 타자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탄생할 수 있다. 다음 대회에서는 투타 모두 초정밀무기를 장착한 한국드림팀을 보고 싶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