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CCTV 논쟁중’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국회 사무처, 84대 추가설치 작업
“야당 감시용” 항의에 일단은 보류
국회 사무처, 84대 추가설치 작업
“야당 감시용” 항의에 일단은 보류
국회 곳곳에 ‘감시의 눈’이 켜진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5월부터 국회 본청 1~6층 각 상임위원회 회의실 입구와 복도 등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84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투입된 예산만 4억5천만원. 작업이 끝나면 의원회관 출입구와 기자실이 있는 정론관, 도서관 등에 기존에 설치된 57대를 포함해 국회 안팎에선 모두 141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게 된다.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은 판독요원 등 3~4명이 있는 국회 본청 1층 ‘폐쇄회로텔레비전 종합 상황실’로 실시간 전달된다. 국회의원과 보좌관, 각 당의 당직자들은 물론 이들을 취재하는 기자와 민원인까지, 국회를 출입하는 모든 ‘당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24시간 감시카메라 앞에 노출되는 것이다. 마치 정보기술로 구축된 감시체계 ‘판옵티콘’을 연상케 한다. 국회 사무처의 경위과 관계자는 “그동안 ‘열린 국회’를 지향하느라 소홀히 해왔던 국회 청사의 안전 문제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회 담장 허물기’를 비롯해 지하철 9호선 개통과 국회도서관 야간 개관으로 국회 방문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절도나 화재, 폭력 사태에 대한 사전 예방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찍힌 장면들은 30일 동안 저장돼 “범죄행위 발생시 채증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본회의장 출입문에는 무인 감지시스템 10대를 단다. 누군가 본회의장에 무단 침입할 경우 곧장 상황실로 전달되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경위과 관계자는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본회의장이 국회의 공정한 의사일정 결정 없이 일부 개인이나 정당 맘대로 열리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연말 ‘산타클로스의 선물’로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했던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의 이런 구상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이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일방 독주에 반하는 활동은 모두 차단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우제창 원내부대표는 최근 종합 상황실 공사 현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을 잇따라 방문해 “야당에 대한 감시 탄압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국회 사무처의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 작업을, 본회의장과 각 상임위 회의장 출입구에 전기자석식 개폐장치를 설치하고, 본청 밖과 연결되는 야당 쪽 사무실 창문을 사람이 넘나들 수 없는 프로젝트형으로 교체하는 등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국회 요새화’의 연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야당의 항의가 거세자 일단 숨고르기에 나섰다. 현재 국회의장실과 사무총장실 앞 등 8곳에만 폐쇄회로텔레비전 설치를 완료했으며, 각 당의 사무실이 몰려 있는 2층에 폐쇄회로텔레비전 13대를 설치하기로 한 작업은 잠정 ‘보류’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일반 아파트에도 다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텔레비전을 국가 중요시설인 국회에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경위과의 한 관계자는 “제2의원회관 증축 공사가 끝나면 의원회관 내부에도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설치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판옵티콘’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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