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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닮은 어뢰 ‘홍·청·백’ 3총사…‘88전차’엔 전두환 치적자랑 의도

등록 2009-06-25 23:37수정 2009-06-26 15:30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무기 이름, 그 뒷이야기
백상어, 청상어, 홍상어.

어류 도감에 나오는 흉포한 상어 이름이지만, 국산 어뢰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로켓에 실려 적 잠수함이 발견된 바다까지 날아가 타격하는 대잠유도무기인 ‘홍상어’ 개발을 끝내고 내년부터 실전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개발된 백상어(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어뢰), 청상어(구축함, 헬기 등에서 발사하는 경어뢰)에다 홍상어까지 가세해 국산 어뢰 ‘상어 3형제’가 완성된 셈이다.

국산 어뢰에 ‘상어’ 시리즈 이름 짓기는 최소한 30년이 넘는 관행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1974년 미국 어뢰를 모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뢰를 개발했을 때 ‘상어’란 이름을 붙였다. 어뢰는 소리 없이 다가와 상대방 잠수함이나 군함에 치명적 공격을 가한다는 점에서 바다의 킬러인 상어 이미지와 비슷하다.

대외 홍보를 위한 이런 별칭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기를 개발할 때 처음 쓰던 사업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명명하기도 하고, 일반 국민을 상대로 공모도 한다.

70·80년대에는 무기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보안을 위해 쓴 위장사업명을 별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첫 개발 미사일은 1970년대 말 미국 나이키 미사일을 개조한 ‘백곰’ 지대지 유도탄이다. 당시 자주국방을 내세운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눈을 피해 극비리에 국산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중이었다. 1977년 겨울 충남 태안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폭설을 맞으며 일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마치 북극곰처럼 보여 첫번째 국산 지대지 미사일 별칭이 ‘백곰’으로 됐다고 한다.

젊은 세대는 격투기로 오해하기 쉽지만 케이(K)-1은 국산 전차 1호 이름이다. 서울 올림픽을 약 1년 앞둔 1987년 일반에 처음 공개된 케이-1 전차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직접 ‘88전차’라고 이름을 지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고 집권해 정통성이 취약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던 올림픽 유치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

90년대 이후부터는 무기 이름에 보안상 별칭은 거의 쓰지 않고 해당 무기를 사용하는 군에서 무기 특성을 고려해 상징적 이름을 짓고 있다. 육군은 포탄이 40㎞를 넘게 날아가는 케이(K)-9 자주곡사포를 ‘천둥’이라 부른다. 발사할 때 천둥처럼 울리는 요란한 포성을 강조한 것이다.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인 신궁은 애초엔 ‘새로운 활’(新弓)이란 뜻이었으나 일선 부대에서 사용하는 장병들이 백발백중을 강조해 신궁(神弓)으로 이름을 바꾼 경우다. ‘바다의 별’이란 뜻인 해성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내 최초 순항 함대함 미사일이다.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해성은 150㎞까지 날아가 적 군함을 격침한다.

최근엔 규모가 크고 비싼 무기 사업은 별칭을 공모하는데 영어 이름이 강세다. 2005년 도입된 에프(F)-15케이(K)의 별칭은 슬램이글이다. ‘전승(全勝)을 거두는 하늘의 절대강자’임을 상징하기 위해 ‘전승을 거두다’라는 뜻인 ‘슬램’(Slam)과 에프-15의 상징인 ‘독수리’(Eagle)를 합쳤다. 또 공군이 2011년부터 운용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별칭은 피스 아이(Peace Eye)다.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감시자란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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