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 콩티 포도밭. 디종/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꽤 오래 전 ‘행복’이란 키워드로 이에스시(ESC) 커버스토리를 쓴 적이 있다. 인류의 숙원 사업과도 같은 커다란 주제를 신문 세 페이지로 정리한다는 건 애초 불가능한 시도였다. 첫 번째 원고를 ‘몰고’ 당하고, 정말로 꾸역꾸역 마감을 했다. 다시는 이런 주제로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당시 취재를 하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최인철 교수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됐다. 최 교수에 따르면, 걷기·대화하기·먹기·운동 등은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는 대표적 행동이다. 그 가운데서 유독 높은 행복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다름 아닌 ‘여행’이었다. 여행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행위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종합세트’라는 것이다.
나에게도 최고의 행복은 여행이다. 몇해 전 떠났던 프랑스 여행에서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 밭을 실제로 보면서 그 사이를 걸어보기도 하고, 와이너리에 방문해 생산 연도별 제브리 샹베르탱을 시음한 기억. 또 부르고뉴 남쪽 작은 마을 샤니의 미슐랭 스리스타 식당에서 3시간 넘도록 프렌치 정찬을 ‘체험’한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 것이다. 당시 이직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여행에 몽땅 쏟아부은 아내의 결정에 우리 부부는 가장 소중한 추억을 얻었다.
사회 문제가 된 ‘코로나 블루’의 요인은 여러 가지일 테지만, 결정적으로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된 탓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 여행이 막혀있으니 행복할 도리가 있나. 하지만 방법은 있다. 직접 가지 못하면 간접 체험도 방편이다. 영화와 책으로 방 안에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 이번 주 커버스토리가 꽤 감사한 이유다.
이정국 팀장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