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하면서 지나가는 길이 있다. 길 양쪽으로 식당과 카페 수십 곳이 즐비하다. 중식당으로 시작해, 소바를 파는 곳, 돈가스집, 일본식 해물 덮밥인 카이센동 식당이 이어진다. 좀 더 가면 이탈리안 디저트 카페가 있고, 캐나다식 프렌치 비스트로(편안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가 나온다. 그 길에 한식당은 삼겹살집과 매운 냉면을 파는 곳 정도다. 이 골목이 경복궁 옆 서촌 초입에 있다는 건 꽤 아이러니하다. 가장 한국적 느낌이 날 법한 곳이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찾기 어렵다. 만약 이곳을 찾은 외국인이 “한국 식당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딱히 추천할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겠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런 오래된 골목의 아이러니한 풍경이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란 나라가 자리 잡은 위치와 역사를 봐도 중식집과, 일식집, 그리고 양식당이 혼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는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텍사스에서 텍사스식 멕시코 요리인 텍스멕스가 탄생하고, 미군이 주둔한 일본 오키나와에서 햄버거와 스테이크가 유명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최근 중국 일부 네티즌이 한국의 김치와 전통 복장인 한복에 대해 “중국 것이다”고 주장한다고 해 사회적 논란이다. 이런 움직임이 정말로 동북공정의 일환인지는 알 수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중국의 인접 나라는 모두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그들의 논리는 위험하다 못해 상식적이지 않다. 문화의 흐름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원나라의 오랜 지배를 받았던 고려도 원나라에 음식과 복장 등 문화적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그것을 ‘고려양’이라고 배웠다.
오래된 먹자골목에 가면 서로 원조를 주장한다. 원조를 내세우다 못해 ‘시조’라는 간판을 내건 곳도 종종 보인다. 이런 시조 식당 가운데 원조가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내가 원조”라며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중국 네티즌 주장에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정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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