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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한 달에 딱 하나만!

등록 2021-01-14 07:59수정 2021-01-14 08:28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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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제때 처리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게 있다면, 세탁소에서 옷 찾기와 건강검진이다. 특히 매일 아침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건강검진은 못다 한 과제처럼 부담스러웠다. 새벽에 커피 몇 모금을 마셔야 활기가 도는 나에게 커피와 물도 마실 수 없는 아침이라니! 그렇게 미루다가 지난해 12월31일, 한 해의 끝자락에 막차를 탔다.

가만히 누워 차가운 기계에 몸을 맡기면 인간의 동물적인 속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났건 못났건, 얼마를 벌든 지위가 어떠하든, 건강 앞에서는 공평하게 숙연해지는 존재들인 것이다. 지난 1년간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에 소홀했다. 몸을 웅크리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날이 많아서였는지 키는 0.5㎝ 정도 줄었고,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코로나 시대에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사소한 핑계일 테고, 바쁜 일정에 운동, 수면, 식단을 되는 대로 해치우다 보니 생활 리듬이 깨져버린 탓이다. 아침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푸석푸석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혈색 좋은 얼굴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는데. 이건 아니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데, 간호사의 “갑상선 검사할게요”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려왔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한 번도 두려웠던 적이 없었던 검사인데, 이렇게 긴장되다니.

탈의실에서 가운을 벗고 나오면서 나는 새해 목표 1순위로 ‘건강한 루틴을 되찾자’고 다짐했다. 한때 나는 건강한 생활습관에 온 신경을 쓰던 사람이었다. 매일 한두 시간 운동하고, 식단도 건강식으로 철저하게 챙겼다. 요리에 취미라곤 없는 내가 가공 단계를 거의 거치지 않는 로푸드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수업을 들을 만큼. 그런데 슬금슬금 운동이 귀찮아지고, 피곤할 때마다 자극적인 음식에 손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든 걸 단념하듯 내려놓아 버렸다.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수면의 질도 확연히 나빠졌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한 책에서 유용한 팁을 발견했다. 새해라고 해서 넘치는 의욕 때문에 얼마 못 가 지키지 못할 여러 계획을 세우지 말고, ‘한 달에 딱 하나만’ 목표를 세워 실천해보자는 것이다. 30분 더 자기, 물 8컵 마시기, 유산소 운동하기,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기 등. 매달 하나씩 습관을 정해 실천하면 1년에 좋은 루틴 12가지가 생기는 것이니까.

그리하여 내가 올해 1월 목표로 세운 것은 근력운동이다. 하루에 딱 10분만 투자하기로 했다. 1분간 플랭크 자세를 하고, 홈트 영상을 찾아 스쾃이든, 스트레칭이든 한 가지 동작을 매일 따라 하는 것이다. 새해 1월1일,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1분간 플랭크 자세를 했다. 얼마만의 뻐근한 감각인가. 맨몸 운동까지 따라 하고 나니 개운했다! 근력운동이 부족하다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요가 매트 하나만 준비해보자. 인터넷에 ‘플랭크 운동’과 ‘맨몸 운동’을 검색해서 한 달간 쭉 함께 해보자. 나는 하루에 딱 10분 매일, 이것만은 빠뜨리지 않기로 다짐하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올해 건강검진은 설레고 기대되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새해 며칠 간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 신기하리만큼 몸도 마음도 한결 개운했다. 지난주만 해도 무거웠던 발걸음에 사뭇 활기가 묻어났다. 전날 7분간 따라 한 허벅지 운동이 효과가 있었는지 걸을 때마다 기분 좋게 근육이 땅겼다. 무엇보다 은은한 행복함이 느껴졌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동안 몸이 축축 처지고, 이유도 모른 채 무력하나 싶었는데, 몸을 움직이면서 회복된 것이다. 몸과 마음은 역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무언가를 다짐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새해 아닌가. 우리의 한해를 기분 좋게 이끌어줄 변곡점,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당장 시작하자!

임현주(MBC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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