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프리다이빙 회원들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펀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숨프리다이빙 제공.
국내에선 2013년 에스비에스 <정글의 법칙>에서 개그맨 김병만이 프리다이빙을 선보인 뒤 널리 알려졌다. 스킨스쿠버다이빙 장비 없이 단지 수경 등만을 사용해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프리다이빙’을 검색하니, 관련 동호회가 수십개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는 추세다.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은 누구일까. 지난 2일, 4일, 5일 3일간 ‘숨프리다이빙’, ‘프리다이빙클럽에프앤시(F&C)’, ‘원브레스’ 회원들의 번개 현장을 급습(?)했다.
지난 2일 저녁 7시 경기 성남스포츠센터 수영장에 커다란 가방을 든 이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숨프리다이빙’ 회원들이다. “안녕하세요?” 권수아(29·치위생사)씨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늘이 두번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수영을 잘 못해도 할 수 있으니, 힘내요.”(배은혜·28·프로그래머) 권씨는 “처음엔 겁이 났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니 두려움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답하면서 웃었다.
번개모임을 시작할 땐 서먹했지만, 서로의 프리다이빙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평일 저녁인 탓에 이 자리엔 이들과 번개 주최자인 이현호 강사 외에 주로 직장인인 유광민(28·회사원)씨, 진정아(32·교사)씨, 황철현(30·물리치료사)씨 등이 참석했다. 보통 주말엔 10명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권씨는 “빨리 배워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물고기와 수영하고 싶다. 오늘은 압력평형(이퀄라이징)을 꼭 익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저는 입문 한달째인데, 제법 잘해요.(웃음) 물도 이제는 안 무섭습니다.”(이범식·48·회사원)
“물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1년 반 하고 나니 싹 없어졌어요.”(황철현)
프리다이빙은 강사나 프리다이빙 자격증 소지자만 잠수풀에 입장할 수 있고, 반드시 버디(같이 입수하는 사람)가 있어야 해 여러 명이 모이는 번개모임이 일상적이다. ‘블랙아웃’(암전처럼 갑자기 정신을 잃는 것)이 왔을 때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숨프리다이빙 회원들이 다이빙풀 입수 전 몸을 풀고 있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번개는 2~4시간 남짓 진행됐다. 다이빙풀 앞에 둥글게 모여 몸풀기 체조를 한 다음 조를 나눠 풀에 입수한다.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는 권수아씨는 버디 역할을 할 이현호 강사와, 모노핀(돌고래 꼬리처럼 생긴 입수도구)을 착용하는 유광민씨는 진정아씨와, 펀다이빙을 즐길 이범식·배은혜·황철현씨가 한 조가 됐다. 서로의 자세와 호흡에 대한 조언도 하고, ‘스태틱’(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 기록을 체크해주는 등 웃음꽃이 넘쳤다. 숨을 고를 땐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다이빙 중간중간에 함께 펀다이빙의 일종으로 도넛 만들기(물 담배), 장풍 쏘기, 바닥에 눕기, 강강술래 등을 할 때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처럼 보였다. “프리다이빙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일상의 스트레스와 잡념을 떨쳐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유광민)
깊은 바닷속 고요 체험…휴식·평온·힐링·재충전
지난 4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수영장 다이빙풀. ‘프리다이빙클럽에프앤시(F&C)’ 운영자인 양재웅(52·회사원)씨의 제안으로 회원들이 모였다. 참석자는 10여명. 30~40대 직장인이 다수였다. 양씨는 “카페 회원의 80%가 30~40대인데 다른 레저에 비해 가격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게 장점”이라며 “이들 세대의 일상탈출 욕구와 새로운 레저활동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왜 프리다이빙을 선택했을까. 다이어트, 건강관리 등이 아닌, 휴식, 평온, 힐링, 재충전 등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양씨 역시 “마음의 안정”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가 프리다이빙에 입문한 건 3년 전. 거의 매주 번개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그는 “운동을 좋아해 헬스도 하고 자전거도 타봤지만 몸을 혹사하고 관절만 상했다. 물속에서 경험하는 자유와 이로 인해 얻는 만족감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금 그는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레벨2 자격증 소지자로, 물속에서 6분3초나 숨을 참을 수 있는 실력자다.
1년 전부터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신금철(34·영상 피디)씨는 프리다이빙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 그는 “물이 온몸을 휘감고 갈 때 희열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적박감 속에서 인생을 반추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프리다이빙을 통해 자신이 “틀에 박힌 일상에서 소탐대실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지난달 말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필리핀 보라카이로 프리다이빙 여행을 다녀온 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해방감, 한계 극복 스포츠…배우기도 쉬워
프리다이빙의 가장 큰 장점은 무한자유다. 이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프리다이빙으로 갈아탄 이들도 있다. 프리다이빙클럽에프앤시 회원인 조인성(48·회사원)씨와 김미라(49·회사원)씨가 그렇다. 이들은 “슈트와 공기통을 벗으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프리다이빙은 나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범휘(35·요리사)씨는 “3분 동안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는 나 자신에게 놀랐고, 잠수 깊이 등 그 한계를 조금씩 깰 때의 희열이 크다”며 “지금은 20m 수심까지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성(31·회사원)씨는 “프리다이빙은 ‘멘탈(정신) 스포츠’에 가깝다. ‘멍’해지는 순간의 무념무상이 들다가 매번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며 한계를 뛰어넘게 해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고 배우기도 쉽다. 압력평형에 잘 적응하면 2회 만에도 웬만큼 즐길 수 있다. 실제 권수아씨도 지난 2일 두번째 입수에서 압력평형을 터득했고 왕복 30m 잠영에 성공했다. “아, 너무 짜릿해요. 물고기가 된 줄 알았어요. 이런 자유를 느껴보다니 꿈만 같아요. 일요일 또 할 거예요.”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모습.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인생 스위치, 프리다이빙…버킷리스트 단골
숨프리다이빙 회원인 이범식씨에겐 프리다이빙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고2 때 변산반도에 놀러 갔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뒤로 물이 무서웠다. 죽기 전에 물을 극복해보고 싶었다.” 한달 전 프리다이빙에 첫발을 뗀 그는 “이제는 물이 친숙하다”고 한다.
지난 5일 오전 9시 인천 송도스포츠센터 잠수풀에서 진행된 ‘원브레스’ 번개모임을 제안한 최대식(43·사업가)씨는 프리다이빙을 통해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그의 버킷리스트는 일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할 배우자를 만나는 것. 그는 2년 전부터 함께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닉네임 이크(36·도예가)씨와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식 기념사진도 물안경를 쓰고 찍었다. 지난 6월엔 나란히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최씨는 “아내와 프리다이빙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원브레스 회원인 전미진(30·프리랜서)씨는 프리다이빙으로 육아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능한 스포츠를 찾던 중 지난달 우연히 접한 뒤부터다. “아이를 키우는 지난 6년간 무기력하다는 생각에 우울할 때가 많았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전씨의 친구인 최한영(30·학생)씨는 “‘인어’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하고 싶었는데, 한달 만에 어느 정도 가능해져 놀랍다”며 “조만간 바다거북, 물고기를 따라 헤엄치는 ‘인생컷’을 찍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국내 프라다이빙 즐길 수 있는 잠수풀]
서울 및 수도권
▶올림픽수영장 다이빙풀
주소 :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수영장
이용시간 및 입장료 : 14~21시(평일 9천원, 주말·공휴일 1만2천원)
전화 : (02)410-1624~5(sports.ksponco.or.kr)
▶송도 스포츠파크 잠수풀
주소 : 인천광역시 연수구 인천신항대로 892번길 40
이용시간 및 입장료 : 9~21시(5천원)
전화 : (032)899-4875(www.eco-i.or.kr/sportsPark)
▶성남 아쿠아라인 다목적풀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제일로 60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6~22시, 주말·공휴일 9~18시(1만5천원)
전화 : (031)759-3111(aqualine-seongnam.co.kr)
▶월드컵스킨스쿠버 다이빙풀
주소 : 경기도 수원시 월드컵로 310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9~22시, 주말·공휴일 9~20시(1만2천원)
전화 : (031)259-2154(www.scubadiving.or.kr)
대전 및 충청권
▶충북 학생수영장
주소 : 충북 청주시 청원구 공항로 59번길 33
이용시간 및 입장료 : 월~토 6시~14시50분(1만원)
전화 : (043)254-7251~4(www.cbsec.go.kr/pool)
▶대전 용운국제수영장
주소 : 대전광역시 동구 동부로 138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9~21시, 주말 9~17시(1만2천원)
전화 : (042)280-1015(www.djsiseol.or.kr)
강원권
▶강릉관광개발공사 국민체육센터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수리골길 76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화~토요일 6~22시, 일 및 공휴일 8~20시(3500원)
전화 : (033)640-4550(www.gtdc.co.kr)
대구·울산·부산 및 경상권
▶대구 두류다이빙풀 스쿠버월드
주소 :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223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10시~21시30분, 주말·공휴일 9~17시(1만2천원)
전화 : (053)525-5666(s-world.or.kr)
▶울산광역시 문수실내수영장
주소 : 울산광역시 남구 문수로 44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9시~21시30분, 토 및 공휴일 9시~17시30분(1만원, 주말·공휴일 1천원 추가)
전화 : (052)222-9080(munsu.uimc.or.kr)
광주 및 전라권
▶염주체육관 수영장 다이빙풀
주소 : 광주 서구 금화로 278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9시~20시30분(토 13시 개장), 일요일 9~18시(1만원)
전화 : (062)269-8484(www.yscuba.co.kr)
▶전주 완산수영장 다이빙풀
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쑥고개로 366-7
이용시간 및 입장료 : 평일 6~20시, 토요일 6~17시, 일요일 및 공휴일 10~17시(1만원)
전화 : (063)239-2580(www.jjss.or.kr)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Free Diving(프리다이빙)
무호흡 잠수. 공기통 없이 숨을 참으면서 수중에서 활동하는 레저스포츠. 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과는 다르며, 해녀의 잠수와 오히려 비슷하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