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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오케이 라”(OK la) “야 라”(Ya la)
대표적인 싱글리시입니다. 한국에 콩글리시가 있고 일본에 쟁글리시가 있고 중국에 칭글리시가 있듯이 싱가포르에 싱글리시가 있습니다. 다만 싱글리시의 문제는, 어느 외국인과도 바로 소통하기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었는데 정작 외국인이 전혀 못 알아듣는 싱글리시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 최근에는 총리까지 직접 나서 “제발 어법에 맞는 영어를 써 달라”며 국민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계 주민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싱글리시의 특징은 중국어 접미사인 ‘라’를 말끝마다 붙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특징은 중국식 문장에다 영어만 갈아끼운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로 출장을 간다고 하자, 친구가 대뜸 “싱글리시가 심하다던데 취재가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어디 싱글리시만이 문제겠습니까? 제 콩글리시는 더 심각합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 ‘대학 전공이 뭐냐’는 겁니다. 과 동기들은 “죽을 때까지 너의 전공을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과 동기 100명 중 90명이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왔는데 유일하게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은커녕 지금까지 미국 땅을 밟아본 적도 없습니다.
다행히 싱가포르 출장엔 한국인 가이드가 내내 동행해서 직접 영어를 구사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번 가이드가 자리를 비웠고 잠시 싱가포르인과 직접 대면할 일이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인이 저에게 친절히 질문을 하는데 제 귀에는 “@#$%&”라고 들렸습니다. 저는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자 “나는 한국에서 왔고 영어를 못한다”고 답했습니다만, 그의 귀에도 “@#$%&”라고 들렸나 봅니다. 그는 더 길게 영어로 질문을 했고 저는 또 같은 대답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 더욱 긴 영어로 말을 했고…. 그 결과는 esc 여행기사 <테마파크부터 카지노까지 한곳에서>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김아리 〈esc〉 팀장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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