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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하기 어렵죠~잉

등록 2010-03-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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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마감을 마치고 6호선을 탔습니다. 밤 10시의 지하철은 조용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낄낄거렸습니다. 입을 가리고 통화했습니다. 그러나 원체 큰 목소리라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더군요. 희한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녀석은 30대 초반으로 보였습니다. 오리털 파카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눈이 풀린 채 “바삭, 바삭!” 검은 비닐봉지에서 감자튀김을 꺼내 먹었습니다. 갑자기 풀린 눈동자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저도 같이 쳐다보았습니다. 10초쯤 뒤 녀석은 시선을 돌렸습니다. 제 속이 좁았습니다. “제 전용기에서 서로 왜 쳐다보는지 집중토론합시다”라고 설득했어야 옳습니다. (전용기 안에서 선빵을?)

몇 해 전 기자 블로그 글에 달린 댓글이 기억납니다. 취미로 다니는 체육관에 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댓글은 뜬금없었습니다. “ㅋㅋ 병×, 기자질 때려치워라.” 제 속은 볼펜심보다 좁고 가늘었습니다. 댓글을 지워버렸습니다. 완장 권력의 맛은 달았습니다. 지금, 후회합니다. 그 키보드 워리어를 설득했어야 옳습니다. 댓글로 “저를 키운 건 팔 할이 독자님 같은 분의 아픈 충고입니다. 제 전용 비행기에서 밥 사겠습니다. 연락해 주십시오. 010 7××× 1××4.” 설득의 미학입니다.(밥에 독약을…응?)

오바마 대통령이 결국 의료보험 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대파를 전용기에 태워 설득했답니다. <폭스뉴스>에도 나가 토론했습니다. 대단한 설득의 리더십입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제주에서 “아프리카에는 밀림과 자연만 있다. 거기는 그냥 무식한 흑인들이 뛰어다니는 곳일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뭐라고 설득했을까 궁금합니다.(흑인 선조들이 과연 무식했는지 토론하자고 제안했을까요?) 저처럼 설득의 미학보다 폭언의 미학에 익숙한 녀석은 김 장관에게 “엉덩이를 떼서 입과 바꾸세요. 지금보다는 말에서 덜 악취가 날 테니까요” 따위의 비아냥을 상상합니다. 역시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군요.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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