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아닌 겨울에 뜨거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이폰이라는 이름의 열풍이었습니다. 이 아이폰을 만든 애플의 주요 경쟁사 중 하나인 국내 모 전자업체의 최고경영자는 “극성스런 네티즌에 의한 반짝 인기”였던데다 “‘필요’ 없는 사람들도 사면서 더 팔렸다”며 그 의미를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폰을 구매한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대개 그 조그만 전화기 하나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관한 간증들이죠. 그들 중에 아이폰을 사기 전부터 이미 그러한 변화를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필요해서 그 기기를 구입했다기보다 기기가 현실의 필요를 만들어낸 셈인데요. 그 예측불허의 필요는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지닌 무한한 확장 가능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단순히 전화기와 카메라와 엠피스리를 합쳐놓은 소형가전이 아니라,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의 새로운 기기로 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만들어 파는 대로 사서 쓰는 게 당연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경험이었고, 폐쇄적이고도 획일적인 사용자 환경만을 제공해왔던 국내 아이티(IT) 업체들의 발등에는 뒤늦게 불덩이가 떨어졌습니다. 아이티 세상은 이미 개방과 확장의 패러다임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습니다. 파이어폭스와 크롬의 사례에서 보듯, 그것은 손안의 모바일 세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죠.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일반 사용자들도 어느덧 체험을 통해 깨달아 가는데, 업계의 최전선에 계신 분께서는 여전히 모르고 계신 것 같아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필요’를 이야기하신 만큼, 그분의 집무실에 놓여 있을 (아마도) 최고 사양의 피시는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고 계신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죠. 조민준 객원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