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esc〉 단골손님 <지붕 뚫고 하이킥>(지붕킥)이 이번주 ‘안인용의 연예가 공인중계소’에 다시 한 번 초대됐습니다. 이제 한달이 채 안 남은 엔딩을 점치면서 안 기자는 준혁 학생이 세경의 스토커(?)로 남을지, 아니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순재-문희 커플을 잇는 ‘식모-도련님’ 커플이 탄생할지 주목합니다. 그런데 <지붕킥>의 작가를 인터뷰한 어느 기사에서 “안일한 엔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읽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뻔한 결말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좋은 말일 뿐인데 왜 저에게는 해피엔딩은 없을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을까요?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해피엔딩은 곧 뻔하고 안일한 엔딩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대부분의 코미디 영화에서 지독하게 말썽부리던 주인공이 마치 영화 끝나기 10분 전이라는 걸 알아차리기나 한 듯이 갑자기 착한 인물로 변신하거나 인간일까, 괴물일까 싶었던 막장드라마의 시어머니가 종영 1회를 앞두고 전후 맥락 없이 모성애 충만한 어머니로 ‘트랜스포머’ 되는 게 해피엔딩의 정석처럼 남용돼 왔으니까요.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속 수많은 해피엔딩에 콧방귀를 뀌었던 시청자들도 <지붕킥>의 해피엔딩만은 고대합니다. 그만큼 <지붕킥>이 지금까지 공감 백배의 사연을 이어왔기 때문이죠. 가사 도우미와 주인집 아들과의 맺어짐이란 주로 막장드라마용 레퍼토리였음에도 그들의 진심이 절절하게 다가와서 무리한 해피엔딩이라도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줄줄이 졸업식이 이어지는 요즘은 대표적인 엔딩 시즌이죠. 독자 여러분은 인생의 어떤 해피엔딩을 경험하셨나요? 저도 이제 하나의 엔딩을 장식하려고 합니다. 2년 9개월 동안 매주 만들어온 esc와의 이별입니다. 십여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겁게 기사를 쓰고 기획을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마무리인 듯싶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esc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도록, 아니 앞으로도 쭉 ‘해피 고잉 온’ 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열렬한 사랑 당부드립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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