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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요즘 좋아하는 스타가 누구냐구요? 당연히 2PM의 옥택연이죠. 나이 엇비슷한 조카까지 있어 티브이에 나온 그를 보며 ‘누나’도 아니고 무의식중에 “택연아 이모가 사랑한다” 외치는 지경이지만요. 옥택연으로 대변되는 ‘짐승남’이 요즘 대세라죠. 탄탄한 근육질과 강한 캐릭터로 어필하는 짐승남의 유행이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지만 오래전 티브이 광고에서 장작을 패다가 ‘우루~사~’를 외치던 탤런트 백일섭씨는 짐승남 트렌드의 조상님 정도 되지 않을까요? 짐승남의 유행은 바꿔 말하면 마초의 귀환인 셈이죠. 비슷한 어감이지만 짐승남에는 얄밉고 깍쟁이 같은 초식남들에게 질린 여성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면 마초에는 기 센 요즘 여성들에게 눌린 남자들의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일하고 술 마시고 연애를 하는 모든 일상에서 “자고로 남자라면 말이지”라고 말문을 열 수 있었던 그 시절 말입니다. 하지만 장작을 패는 대신 보일러의 스위치를 살짝 돌리면 집 안의 온기를 책임질 수 있는 세상에서 마초가 인정받기는 쉽지 않죠. 하물며 “니 생일엔 명품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라고 분노하는 남자들이 지닌 마초에 대한 열망은 분열적일 수밖에 없죠. 그러니 술 먹으면 맥락 없이 “스파르타~”를 외쳐보기도 하지만 술값을 낼 때는 조용히 ‘뿜빠이’를 해야 하는 요즘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B급 마초’가 됩니다. 또는 술값은 호기롭게 냈지만 아내에게는 카드 영수증을 어떻게 숨기거나 거짓말해야 할지 머리를 짜내야 하는 ‘B급 마초’가 되기도 하죠. 남기자 M이 전하는 ‘통한의 육성고백’인 ‘B급 마초’ 칼럼은 그래서 현재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생태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성 독자들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정독하면서 자신의 B급 마초 지수를 한번 측정해보시죠. ‘이거 절대 내 이야기 아닌데’라고 강하면 부정하신다면, 100%입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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