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esc 이번 송년호에서 회심의 기획은 4~5면에 펼친 ‘중딩들 esc 습격사건’입니다. 이 기획을 하게 된 이유는 2년 넘게 esc를 만들어오면서 겨냥했던 30대 이상 직장인 독자 못지않게 10~20대 esc 팬들이 많다는 걸 여러 번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왜 esc를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진짜 아이들 눈높이로 기획을 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애들하고 어떻게 이야기하지?” 근심을 떠안고 중대부중 1학년 학생들을 만나러 갔던 고나무 기자는 돌아와서 “말이 통해, 완전히 잘 통해”라며 감격했습니다. 열네살 중딩이 서른네살 노총각을 이해하는 건지, 6년차 기자의 정신세계가 중딩 수준인지 살짝 헷갈렸지만 esc의 지면을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빛내준 6명의 소녀들에게 큰절 올리고 싶습니다. 저도 올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나만의 차트를 만들어봤습니다. 주제는 “2010년에는 끊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끊을 수 있을까요?” 3위는 인터넷 파파라치 연예 사진입니다. 인터넷 뉴스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라는 비판에 침을 튀겨 가며 공감한다면서도 결국 클릭질하고야 마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거 봤어? 봤어?” 선동하는 업무방해의 시간들, 이제는 끊겠습니다. 2위는 플래시게임입니다. 전에도 한번 고백했던바, 저도 모르게 스르르 빠진 플래시게임은 ‘약물 등 중독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의지박약의 성격’이라고 어느 별자리책에 적혀 있던 문구를 새삼 확인하게 해줬던 2009년 저의 블랙홀이었습니다. 끊겠습니다. 1위는 8시 반 일일드라마입니다. 건강문제로 저녁 약속을 안 잡으면서 일찍 퇴근하는 날이 늘어나며 빠져든 일일드라마는 물론 무죄입니다. 그러나 공사다망한 관계로 일일드라마 볼 시간도 생각도 없는 주변 동료와 친구들에게 “친아버지인 걸 드디어 알았어”라고 수다를 떨 엄두는 나지 않더군요. “진정한 아줌마의 길을 가는구나”라고 손가락질받을까봐 두려웠던 건지도 몰라요. 2010년에는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사랑하는 드라마 시청 끊으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끊을 수 있을까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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