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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새해에는 해리가 철 좀 들어서 기왕 신애랑 같이 놀 거, 좀 잘해주면서 사이좋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보사마는 우리 착한 세경이만 들볶지 말고 중년의 위기를 돌파할 무언가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준혁 학생과 세경이는 알콩달콩,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목표, 한해의 계획 등의 단어와 거리가 멀게 지낸 지 수년이 지난 지금 그래도 정초라고, 실은 칼럼을 써 보기 위해 올해 바라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게 순전히 <지붕 뚫고 하이킥>뿐이네요. 그래요, 저도 끝내 준혁과 세경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의 해피엔딩을 안 보여주고 끝날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이 벌써부터 가슴 쓰린 ‘하이킥 폐인’ 중 한 사람입니다. 추석 때 보름달 보는 걸 늘 까먹듯 새해라고 목표, 계획 등을 세워본 지 진짜 오래됐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의 20대와 30대 분기점은 바로 새해의 목표나 계획을 세우느냐 아니냐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대학, 대학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졸업한 20대는 그야말로 찬란한 목표와 계획의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무슨무슨 자격증을 따겠다, 토익 몇점을 받겠다, 반드시 연애를 하겠다, 취직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에 성공한 다음에도 대학원 준비를 통해 커리어를 도약하겠다 등등. 그중 상당수가 30대 들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상당 부분은 저의 게으름 때문이었지만 또 상당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죠. 예를 들면 연애나 결혼,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 등 말입니다. 그래서 목표 잃은 30대가 처량한가 하면 오히려 반대입니다. 인생이 내 뜻대로 만들어지는 레고 블록 같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면서 삶은 좀더 흥미진진해진 것 같습니다. “30대 들어 더 당당해진 내가 좋다”고 말하는 김효정씨(6면 참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김효정씨가 누구냐고요? esc가 신문 사상 최초로 선남선녀 소개팅을 주선했습니다. 20대의 땟국물을 벗고 예측불허 인생의 경력을 쌓아가는 매력적인 30대 남녀의 사랑의 작대기는 어디를 향했을까요? 지면으로 확인하세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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