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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금물

등록 2009-11-18 19:44

esc를 누르며
esc를 누르며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제가 그걸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업무에 몰두해 있다가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마우스의 가운데 바퀴를 돌리며 한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휘휘 돌아보다가 무심코 오른쪽 버튼을 클릭했습니다. 왜냐고 묻지 마세요. 전 그저 잠깐의 휴식이 필요했던 것뿐이니까요.

그래요. 처음엔 그저 잠깐의 휴식에 불과했습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편집 디자인이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거나 인터넷 깜짝뉴스와 스타의 과거 사진 등을 샅샅이 훑고도 남는 시간, 다른 부서원들이 퇴근한 시각, 한적한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걸 찾기 시작했죠.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저의 클릭질 간격은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이 칼럼 ‘esc를 누르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쓸 거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머리를 쥐어짜다 보면 제 마우스는 어느덧 그곳을 찾아가 이미 오른쪽 버튼을 전광석화처럼 누르고 있더군요. 그곳에 가면 마감이라는 현실의 어두운 중압감은 사라지고 사랑스러운 색채와 행복한 움직임, 흥겨운 음악만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칼럼뿐 아니라 제목 달기가 막혀도, 기획안이 안 풀려도, 우울한 기사를 봐도 전 그 피안의 세계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경이 되니 뒤가 훤히 트여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제 자리의 불리한 지정학적 조건도 두렵지 않더군요. 급기야 부장이나 회사의 고위급 간부가 바로 제 뒤로 지나가도 저의 클릭질은 멈출 수가 없게 됐죠. 뭐에 중독되면 에미, 애비도 못알아본다더니 제가 바로 그런 꼴일까요?

뭐에 중독됐냐고요? 비밀입니다. 밝힐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괴롭습니다. 무슨 무슨 전쟁이나 워리어 같은 단어가 들어간다면 친한 사람에게라도 꺼낼 수 있겠지만 “어제 ‘떼굴떼굴’하다가 밤샜어” “‘골라골라’는 8단계도 못 넘어가” 따위의 고백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지위와 체면이 있지 말입니다. 그래도 이번 커버스토리를 보니 바투에 도전해보고 싶군요. 하지만 물론 중독은 금물입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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