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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시장의 호객행위

등록 2009-10-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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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채널’ 티브이엔이 이번에 또 한 건 크게 했습니다. <선데이 텐-80일 만에 서울대 가기>의 공개 직후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됐다죠. 고백하자면 저도 그 난리에 기여했습니다.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거든요.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왔지만, 그리고 진짜로 ‘80일 만에 서울대 가는 비법’을 알고 싶었던 수험생들은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꽤나 재밌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남대문시장에서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처럼 호들갑스러운 진행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점잖은 1등짜리가 등장해 수업 시간에 충실했다거나, 수면 시간은 충분히 지켰다거나 하는 지루한 이야기, 실은 믿기 힘든 캠페인성 거짓말을 떠들어 대는 걸 듣지 않아도 되거니와 현재 한국의 입시 교육은 남대문시장 상인의 호객행위보다 나을 것 없는 시장의 거래행위라는 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통쾌한 느낌까지 들었죠. 얼마 전 외고 학생들의 외국 대학 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를 만나 들은 이야기 중 에세이를 한국어로 정리해주는 업체 따로, 그렇게 완성된 에세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해주는 업체 따로 있다고 하니 한국의 입시 시장은 남대문시장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분화되고 전문화된 산업 단위인 셈입니다.

사실 호객행위의 요란함에 비해서 비법은 다소 시시했습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암기 과목 열심히’ 식의 하나 마나 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따지고 들으면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결론에 가까웠죠. 하지만 이게 또 정답이기도 합니다. 입시 때는 죽어도 안 보던 교과서의 소중함을 졸업 뒤에 깨닫는 이치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게 이 프로그램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일 듯합니다. 사교육 시장의 출발점에는 특별한 지식이나 실제 정보가 아닌 입시 당사자의 불안함이 놓여 있다는 것이죠. 대학마다 도입한다는 ‘입학사정관’을 바라보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첫 느낌은 당연히 불안함입니다. 학생들의 ‘잠재성’이라는 추상적 가치가 또 입시 시장에서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이 프로그램을 보듯 궁금해집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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