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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속마음

등록 2009-1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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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가자”거나 “티브이 꺼라” 등 보통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하지만, 어떤 말들은 의미와 무관하게 말한 이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제공합니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누군가 “시끄럽다, 개새끼들아!” 소리 지른다면 지금 이곳이 시끄러운가, 또는 개새끼들이 어디 있나 찾기보다는 ‘돌아이’ 한분 행차하셨다고 자연스럽게 알아듣죠.

최근 윤계상의 ‘좌파’ 발언도 그렇습니다. “한국 영화계는 좌파다. 꽉 막혀서 나를 배우 취급 안 하니까”라는 설명은 한국 영화계가 정말 좌파래?라는 궁금증 대신, 이 배우가 정규교육은 어떻게 받았는지, 술 한잔하고 인터뷰를 한 건 아닌지,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돌 스타 때의 습관을 못 버린 건지 등 배우에 대한 의심을 일으킵니다.

좀더 확장하면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전달되는 드라마의 대사 중 어떤 것들은 작가의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번 주 ‘너 어제 그거 봤어’에서 언급한 <보석비빔밥>이 좋은 예입니다. ‘레시피’라는 단어를 아는 걸 보면 노동자 계층은 아니라는 둥 하는 대사를 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중산층 계급이나 지식인 계층에 대한 작가의 환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 같아 민망합니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요? 키치적이라고 할까요? 작가가 선망을 담아 전시하는 엘리트나 부유층이 어찌나 ‘안’ 고급스러운지 슬쩍 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윤계상도 <보석비빔밥>도 따라올 수 없는, 엑스레이급 속 보이기의 압권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입니다. 김어준씨가 ‘빤스 고무줄’에 비유한 이분들의 상상력 풍부해 보이는 미디어법 결정(5면 참조) 은 사실 창의적이지도 않죠. “술 마시고 운전을 하기는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불후의 명언을 남긴 전 아이돌 스타 김상혁의 말을 베낀 수준이니까요. 그래도 말하는 이의 속내를 진솔하게 드러낸 이번 판정 이후 근엄하게만 보이던 헌법재판관이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그래서 좀 편하게 질문하고 싶어졌습니다. 두꺼운 법전은 혹시 위장도시락 가방? 아 농담입니다. 진심은 담겼지만 진담은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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