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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지 못한 고민

등록 2009-10-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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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이기적인 상담실’을 쓰면서 임경선씨가 꽤나 발칵 한 것 같습니다. 아니 제가 발칵 해서 그렇게 읽었는지도 모르죠. 평범한 봉급생활자는 되기 싫다는 피상담자의 희망에 15년차 ‘평범한 회사원’으로 괜히 찔린 걸까요?

트렌드이기라도 한 듯이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비단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직장에 들어온 다음에도 ‘이 직장은 적성에 안 맞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고 공대생인 제 조카는 첫 물리시험을 망치더니 이과 적성이 아니라면서 재수를 선언했습니다.

저 ‘꼰대’인가 봅니다. 이런 고민들을 들으면 화부터 치밉니다. 정직하지 않은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진심으로 적성에 안 맞아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귀찮음, 자신 없음, 그러니까 더러운 꼴 피하고 고생 좀 안 하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적성’이라는 그럴듯한 방패를 구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요새 뜨거운 감자가 된 ‘외고 폐지’ 논란을 포함해 지리멸렬한 입시제도 논쟁을 볼 때도 비스무리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교육문제는 총체적 난제라 정말이지 누가 누굴 탓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 입시라는 국가적 대업(!)을 놀랍게도 거의 매해 갈아치우고 들쑤시고 뒤집어엎는 정부 당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과연 당사자(정확히는 당사자의 학부모겠죠)는 오로지 갈지자의 정부 정책에 피해자 역할만 하는가, 정직한 피해자인가 의심스럽습니다.

획일적인 암기벌레들만 양산시킨다고 해서 도입한 수능시험만 봐도 1, 2점 차이로 ‘인생을 가른다’는 게 불합리하다 해 등급화시켰더니 같은 등급이라도 더 점수 좋은 학생이 억울해지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죠. 바꾸면 바꾸는 대로 터져나오는 불만의 여론 중 상당 부분은 ‘이래서야 내 자식에게 너무 불리하지 않은가’라는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성 고민이건 입시 고민이건 모양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지만 속내는 ‘내가 편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궁리가 아닌지 각자 한번씩은 돌아보는 게 어떨까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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