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우동집 ‘미감’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찜우동집 ‘미감’ 전상우 사장의 프라이팬
요리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때 자주 듣는 대답은 “전 유명인이 아닌데요…”란 말이다. “신문에 나올 만큼 유명인이 아니”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어불성설이다. ‘알려질 가치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람과 사물을 알리는 것’이 언론의 기본 임무이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미감’의 전상우(38) 사장이 “유명인이 아니”라며 인터뷰를 고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이름있는 요리학교를 나오지도 않았고 유학파도 아니다. 그의 인생을 사회면 사건사고 기사 제목으로 요약한다면 ‘직장을 때려치우다’ → ‘전 직장인 밥집을 차리다’로 충분하다. 평범하다. 그러나 그 건조한 ‘팩트’ 사이에는 그가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한 노력과 음식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빠져 있다. 그걸 발견한 기자는 건조한 제목을 택할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요리’라는 제목이 낫지 않을까? 그는 자꾸 자신을 낮춘다. “기사가 되려면 프라이팬도 쭈글쭈글해야 하는데, 저는 코팅 벗겨지면 바로 버리고 다시 사서 쓰거든요.” 그의 프라이팬에는 사진기자가 좋아할 만한 쭈글거림이 없지만, 그 평범한 프라이팬에서 비범한 ‘홍새탕밥’과 ‘찜우동’이 만들어진다. 홍새탕밥은 담백한 해물 국물에 홍합·낙지 등 해산물이 들어가고 그 안에 밥을 넣은 일종의 국밥이다. 스파게티와 어떻게 차별화할까 6개월을 고민한 결과가 찜우동이다. 닭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자작하게 졸여 고기·해산물·순대를 넣고 일종의 ‘찜’요리로 만든 뒤 우동사리를 넣었다. 공덕동 근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점심때는 줄을 서야 한다. 전 사장은 설탕과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닭 육수를 끓일 때 마늘을 넣어 단맛을 빼고 마지막에 깻잎을 썰어 넣는 것으로 단맛을 낸다. 찜우동의 핵심은 단맛과 짠맛의 균형을 찾는 것이었다. 2004년 처음 미감을 문 열었을 때 자신감에 차 있었다. ‘군 복무 때 몇 개월 취사병 경험이 전부인 전직 직장인치고 훌륭한 퓨전 한식을 개발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다 한 방 맞았다. 근처 식당 주인이 친구와 찾아와 찜우동을 맛봤다. 심드렁한 얼굴로 “애들이 먹기에는 맵고 어른이 먹기에는 달다”고 촌평한 뒤 사라졌다. 그 한마디가 전 사장을 자극했다. 이 창조적인 개발 비사를 듣고 있자니 그가 1996년부터 5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준비했던 직업이 광고홍보회사라는 게 이해된다. 명카피나 멋진 홍보기획안을 만들어내는 대신 ‘죽여주는’ 퓨전 한식을 창조했다.
비범한 맛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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