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재 장향진 사장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다미재 장향진 사장의 송편 숟가락
다미재 장향진 사장의 송편 숟가락
한식세계화 추진단의 올해 예산이 100억원이지만, 서울 시내 특급호텔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이 두 곳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이어령씨가 문화부 장관이던 1990년대 초반 한식당이 없으면 특급호텔 인가를 내주지 않던 법률이 지금은 폐지된 것으로 이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인에게 한식은 그냥 ‘집에서 먹는 밥’이다. 이는 의식의 문제다. 어느 한식 요리사는 만날 때마다 파스타 한 그릇 값이 대부분 1만원 넘는 것에는 소비자들이 문제 삼지 않으면서, 좋은 재료를 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가격이 7000~8000원을 넘으면 욕설 수준으로 항의한다고 푸념했다. 이를 고려하면 대학로 떡카페 다미재(02-744-8090)의 전통요리 연구가 장향진(53)씨가 영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만 2년이 걸렸다는 사실도 놀라거나 한탄할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에 적당히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만들면 금방 잘될 줄 알았죠.” 160㎝쯤 되는 키에 마른 장향진씨가 사과수정과를 내왔다. 곶감 대신 말린 사과를 넣었다. 곶감을 넣은 수정과보다 가볍고 시원했다. 메뉴에는 포도갈수, 송화밀수 등 낯선 한자어가 많다. 왕실에서 마시던 음료를 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문헌에 재료는 언급됐지만 구체적인 조리법이 없었다. 포도갈수(葡萄渴水)는 포도로 만든 갈증 해소 음료다. 포도즙에 녹두를 넣고 끓인 뒤 식혀 만든다. 장향진씨는 남편 조성희(54)씨와 머리를 맞대고 <임원경제지>를 보고 만든 포도갈수를 조선의 마지막 주방상궁에게서 궁중 음식을 배운 황혜성 선생에게 가져가 검증을 부탁했다. “선생님~ 이 포도갈수가 궁중에서 왕이 드시던 그 맛입니까?” “… 잘 만들었는데,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흐흠.”
다미재 장향진 사장의 송편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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