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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면 이 남자처럼

등록 2009-07-15 19:21

굿비어 김욱연 사장의 수동 맥아분쇄기
굿비어 김욱연 사장의 수동 맥아분쇄기
[매거진 esc] 너는 내운명




굿비어 김욱연 사장의 수동 맥아분쇄기

인생에도 지하철 노선도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번 역은 직종 변경~직종 변경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식음료 쪽입니다. △△직업으로 가시는 손님은 □□대학원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노선으로 갈아타면 되는지 가르쳐주는 ‘직업 노선도’ 같은 게 있다면 굿비어의 김욱연(40) 사장도 20대 때 맥주 공부를 미리 해놨을 게다. 그러나 직업 선택은 종종 계획과 예측을 배반하는 것 같다. 2001년 잘나가는 정보통신 업체의 일본 영업을 책임지던 김 사장은 맥주 쪽이 직업이 되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직접 만든 수동 맥아분쇄기를 돌리는 김 사장의 표정은 밝다. 굿비어는 자가 맥주 양조 도구를 파는 회사다. 발효통·온도계 등으로 이뤄진 발효키트와, 맥아즙 원액 캔, 몰트, 홉 등 원재료도 판다. 맥주를 좋아하다 맥주가 직업이 됐다. 월급쟁이치고 술자리에서 안주 삼아 “호프집이나 낼까”라고 한마디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게다. 그러나 그의 맥주에 대한 관심과 선택은 그런 단계를 지났다.

맥주의 색은 맥아 껍질의 양과 분해되는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술을 담그려면 껍질을 벗겨야 하지만, 방앗간에서 떡 만들 때처럼 곱게 갈았다간 맥아의 색이 옅어진다. 거칠게 빻아야 한다. 김 사장은 생수통을 잘라 직접 맥아분쇄기를 만들었다. 모양은 조잡해 보여도 직접 돌려보니 성능은 일품이다. 성능 개선 뒤 판매할 계획이다. 홈브루잉(자가 양조) 하수들은 영국 등에서 파는 원액 캔을 물에 섞고 효모를 넣어 맥주를 담근다. 이 단계가 지나면 직접 맥아를 사서 집에서 빻고, 끓여 맥주를 담근다.

굿비어 김욱연 사장
굿비어 김욱연 사장
2001년 영업차 일본에 머무르던 김 사장이 일본인 친구가 “직접 담갔다”고 가져온 맥주를 마시며 처음 든 생각은 ‘이 녀석 부자네’였다. 부자들만 맥주를 직접 담근다고 오해했다. 거대 맥주회사의 맥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디(액체의 묵직한 정도)가 무겁고 맥아 향이 짙었다. 그때부터 김 사장은 ‘데쓰쿠리 비루’(직접 만든 맥주) 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2001년 11월 난생처음 홈브루잉에 도전한 건 영국에서 원액 캔을 구입한 올드 컨커우드 블랙 에일. 시음한 친구가 “탄산이 왜 이렇게 없느냐? 한약 같다”고 말하는 통에 좌절도 했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닷컴 활황 분위기를 타고 창업한 정보통신 업체는 경영이 지지부진했다. 키보드에서 수동 맥아분쇄기로 그는 노선을 갈아탔다. 2002년 굿비어를 창업했다. 고양 교외의 창고에 있는 직원은 부인 박영원씨와 고양이 ‘나비’가 전부다. 정보통신 업체 사장으로 도심 복판에서 일하던 시절과 일하는 환경은 다르겠지만, 나쁜 선택으로 보이지 않았다. 강남역에서 고양으로 가는 길에 정답이 정해져 있다면 지하철 노선이 복잡하지도 않을 것이다.

고나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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