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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안의 회복력

등록 2009-05-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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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25일 출근길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문화방송 FM4U)를 듣다가 이문세씨의 볼멘소리를 들었습니다. 방송이 너무 힘들다, 밝은 이야기를 하자니 쉽지 않고, 또 가라앉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부 애청자들은 너무 어둡다고 불만을 털어놓으니 차라리 이럴 때는 방송을 안 했으면 좋겠다, 진심 어린 하소연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이미 마감돼 있는 표지기사를 보면서 같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독자 대부분이 상갓집에 앉아 있는 기분일 이번주에 재밌고 웃기고 즐거운 기사들을 실어나른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솔직히 이번주에는 〈esc〉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모든 기사가 마감이 된 상태에서 긴급 회의를 했습니다.

늘 유쾌했고 유쾌하고자 노력했던 〈esc〉가 직면한 가장 큰 딜레마였습니다. 평소처럼 하는 게 좋을지, 고개를 숙이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평소처럼 하기엔 지금 이 순간의 공기가 참절비절하고, 평소답지 않게 정색하자니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하고 있을 때 김어준씨의 원고가 들어왔습니다. 엉뚱하게도 상담 글 대신 조문을 보내면서 ‘고민 상담이 도저히 안 됨’이라고 단서를 붙였습니다.

촌스럽게 가기로 했습니다. 고민 상담이 도저히 안 되고, 그래도 즐겁게 지내 보자는 말이 도저히 안 떨어지는데 무심한 듯 쿨한 척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00호를 넘기는 동안 특집호를 발간할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표지기사가 이번주 빠지게 된 이유입니다. 난데없이 김어준씨의 글이 1면에 등장하게 된 사연입니다.

예정됐던 ‘관계’면에서 김어준씨의 글이 빠지며 급한 청탁을 흔쾌히 받아준 임경선씨가 ‘이기적인 상담실’(6면 참조)에 쓴 것처럼 ‘슬픔 안에는 미리 단단한 회복력이라는 성분도 함께 들어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패스트 굿바이’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시간은 분명히 우리 편일 거라 믿습니다. 다음주에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만날게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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