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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바다를 끼고 원시림 속으로

등록 2008-08-27 18:39수정 2008-08-30 16:15

울릉도 옛길은 낯선 이도 친구로 만든다.
울릉도 옛길은 낯선 이도 친구로 만든다.
[매거진 esc]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끌리는 여행 3 - 패키지편
자동차 앞지르는 내수전-석포리 해안절벽 숲길 트레킹…아이들 데리고도 안심하고 산책
육지 사람들은 울릉도에 빨리 가려고 했다. 1988년에는 육지에서 울릉도로 정규편 헬기를 띄우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시범운항을 거뜬히 마치고도 첫 손님을 태운 헬기는 기상 악화로 추락해 없던 일이 됐다.

아직 섬 테두리를 두르지 못한 일주도로

울릉도의 매력은 고립성이다. 거대한 여백을 빚어놓은 동해와 좁은 섬 지형 탓에(울릉도에는 활주로를 닦을 공간이 없다) 그 누구도 바람보다 빨리 울릉도에 닿지 못한다. 울릉도에 들어가는 방법은 하루 두어 차례 포항·묵호에서 출발하는 배가 유일하다. 배에서 울릉도가 보일 즈음, 울릉도는 절벽에 둘러싸인 왕관처럼 솟아 있다. 과연 이런 섬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초행자는 의문을 품지만, 울릉도는 들어갈수록 넓어진다. 칼처럼 솟은 암봉과 절벽 구석구석에 밭뙈기를 일구고 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농현상으로 인구는 9천명이지만 한때는 3만명이 살았다.

동글동글 큰 자갈이 모래를 대신하는 해변가.
동글동글 큰 자갈이 모래를 대신하는 해변가.
포구에는 밤마다 어시장이 열린다.
포구에는 밤마다 어시장이 열린다.
울릉도의 교통은 아직 불편하다. 가장 넓은 도로가 이차선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중앙선조차 없는 시멘트길이다. 횡으로 퍼지지 않고 종으로 솟은 울릉도 지형의 특성 탓이다. 주민들은 해안일주도로 개통을 숙원한다. 1963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한 세대를 넘긴 지금까지 일주도로는 섬 테두리를 두르지 못했다. 그래서 울릉도 사람들은 하염없이 걸었다. 울릉도가 고향인 김기백 울릉군 문화관광과 계장은 “자동차가 없어서 배를 타고 다녔고, 그도 없으면 걸어 다녔다”며 웃었다. 그래서 울릉도에는 옛날 사람들이 이용하던 옛길이 많다. 울릉산악회를 중심으로 옛길 답사 열풍이 불었고, 울릉군도 트레킹 코스로 이용하고자 옛길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울릉도에서 지금도 사람이 자동차를 앞지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저동항 동쪽 내수전 옛길이다. 내수가 살았다는 내수전에서 정매화가 살았다는 정매화곡을 거쳐 석포리 지게골에 이르는 3.4㎞ 해안절벽 숲길이다. 발에 탄력이 붙은 사람은 45분이면 된다. 자동차로는 고개를 넘어 산을 돌아가야 하므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최근 울릉군은 이 길을 옛길 트레킹 코스로 정비했다. 어린이를 데리고도 안심하고 산책할 수 있다.

안개가 낀 울릉도 숲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안개가 낀 울릉도 숲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손으로 만지면 금세 뭉개지는 울릉도 동굴벽.
손으로 만지면 금세 뭉개지는 울릉도 동굴벽.
트레킹은 죽도가 내려다보이는 내수전 전망대에서 시작한다. 전망대 입구에서 시멘트 길로 내려가면 원시림이 둘러싼 흙길로 통한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해 어둑어둑하다. 나무를 기어오른 덩굴은 나무껍질을 푸르게 변태시켰고, 이끼는 황톳빛 흙을 잔디처럼 덮었다. 걷다 보면 누런 태양이 가끔씩 원시림의 틈을 잠입하고, 틈 사이로 검푸른 바다가 보인다.

산 너머 석포리 아이들은 이 길로 ‘울릉도의 수도’ 도동까지 걸어 다녔다. 주중에는 도동 하숙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주말 나절에 집을 오갔다. 일주일치 먹을 음식과 책 보따리를 짊어지고 도동으로 돌아오는 일요일 늦은 오후, 해가 지기 전까지 내수전 고개에 닿아야 했다.

“석포리에서 터벅터벅 걸어 정매화곡 근처 즈음에 이르면, 아이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뛰었어요.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이 개울만 건너면 귀신이 쫓아오지 못한다고 해서.”

내수전에서 1.3㎞를 걸으면 정매화곡 쉼터다. 이 골짝에 어떻게 사람이 살았겠느냐만 정매화 이래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밭을 일구고 살았다. 정매화곡의 마지막 거주자는 이효영씨 부부라고 한다. 그들은 19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오지에 갇힌 300여명을 구출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햇빛 안 드는 골짝에서 귀신이 무서워 도망갔지만, 그는 귀신 나오는 골짜기에서 사람을 구하면서 살았던 것이다. 이씨 부부 집 자리에는 원두막이 세워졌다. 신발을 벗고 낮잠 자고 싶어진다. 귀신만 나오지 않는다면야.

새들은 인간과 친하다.
새들은 인간과 친하다.
해안절벽을 따라 만든 길은 연인들의 안식처다.
해안절벽을 따라 만든 길은 연인들의 안식처다.
정매화곡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이유

정매화곡을 지나면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유일하게 숨이 차는 구간이다. 동백숲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내수전 전망대에서 죽도는 길 앞에 있었다. 언젠가부터 죽도가 평행한 위치에 서 있었고 지금은 죽도가 뒤에 있다. 땀이 마를 즈음, 어느새 평탄한 길로 바뀌었다. 죽도 앞바다에서 피어오른 구름이 산등성이를 거슬러 올라왔다. 안개가 소독차 연기처럼 슬금슬금 숲을 채웠다. 어느새 숲이 매캐해지고 비린내가 퍼졌다. 숲을 빠져나오자 햇빛이 후다닥 안개를 걷어냈다. 석포리 지게골이다. 여기까지 3.4㎞를 걸었다.

울릉도=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협찬 한국관광공사

울릉도 트레킹 여행쪽지

시내버스 하루 10회… 독도는 옵션

울릉도 트레킹 여행지도
울릉도 트레킹 여행지도
◎ 한국드림관광(hankukdream.com)이 옛길 트레킹이 포함된 울릉도·독도 1박2일 상품을 운영한다. 첫날 새벽 서울을 출발해 오후에 독도를 둘러보고 둘째 날 내수전 옛길을 걷는다. 이와 함께 봉래폭포, 촛대바위 등 섬 일주 관광이 포함된다. 대아리조트 2인1실 기준 29만원. 독도는 선택 관광으로 비용(4만5천원)은 별도. 한국관광공사 추천 상품이다. (02)849-9013.

◎ 대아고속해운(daea.com)이 강원 묵호와 경북 포항에서 여객선을 운항한다. 포항에서는 매일 한 차례, 묵호에서는 매주 세 차례 있다. 포항~울릉(썬플라워호) 3시간 5만8800원, 묵호~울릉(한겨레·씨플라워호) 2시간20분 4만9천원. 포항 (054)242-5111~6, 묵호 (033)531-5891~2.

◎ 묵호·포항 가는 배가 드나드는 도동에서 내수전까지 시내버스가 하루 10회 안팎 운행한다. 20분 정도 걸린다. 우산버스 (054)791-8000. 울릉군청 문화관광과(www.ulleung.go.kr/tour)로 여행정보를 물어본다. (054)790-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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