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풍경.
[매거진 esc] 또다른 트레킹 코스, 대풍감낚시터길과 태하령길
울릉도 옛길이 몇 개냐는 질문에 한광렬 울릉산악회장은 “세어 본 적이 없다”며 껄껄 웃었다. 울릉도를 한 바퀴 도는 해안길, 마을과 마을을 잇는 고갯길은 작은 섬을 거미줄처럼 감싼다. 울릉도에 본격적으로 포장도로가 닦인 게 1970~80년대이니, 자라난 덤불은 옛길의 흔적을 미처 지우지 못했다. 울릉산악회는 나흘 동안 울릉도 일주 답사를 하는 등 숨은 옛길을 발견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전~정매화곡~지게골 구간 말고는 표지판이 없어서 안내자를 동반하거나 약간의 독도법을 익혀야 한다. 여행자들도 크게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옛길 두 군데를 소개한다.
◎ 울릉도(태하)등대~전망대~대풍감낚시터~황토굴 태하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 해발 304미터 지점에서 트레킹 길이 시작된다. 동백·후박나무 그늘진 숲 터널은 남해의 상록수림 같다. 울릉도등대 옆 대풍령전망대의 광경이 후련하다. 치마가 바람에 날리듯 수직절벽이 겹겹하고 밑으로 검푸른 파도가 친다. 한라산이 흘러내린 게 제주도라면, 울릉도는 성인봉이 폭발한 것 같다. 전망대에서 대풍감 쪽으로 길 자취를 더듬어 내려가면 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왼쪽 길을 선택해 절벽을 에스(S)로 굽이돌면 대풍감낚시터다. 황토굴은 대풍감낚시터에서 계단을 타고 넘으면 바로다.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옛 태하령길 예전엔 도동, 저동 다음으로 큰 마을인 태하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숙련된 운전자도 꺼려했다. 하지만 해안도로가 뚫려 구도로는 산책길로 이용된다. 시멘트 길이란 게 단점이지만, 차가 다니지 않아 어린이와 함께 걷기 맞춤하다. 정상 부근에는 쉼터가 있고 너도밤나무 군락지가 펼쳐졌다. 2~3시간 정도 걸린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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