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대표적인 삼나물.
[매거진 esc] 홍합밥·오징어 내장탕 등 울릉도의 맛난 것들
배가 포구에 들어서자마자 짠내가 코털을 건드린다. 동해바다 봉긋 솟은 섬, 울릉도. 온갖 팔딱팔딱 뛰는 생선들이 섬을 찾은 이들의 혀를 유혹할 것 같지만 이 섬에 최고로 맛난 것은 나물이다. 육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해양성 기후라서 풀에 독성이 없습니다. 요즘 나물들이 외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어 산에서 밭으로 옮겨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울릉농협 천부지점 지점장 김경봉씨의 말이다.
울릉도 산나물은 바다바람 때문에 병충해가 거의 없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잎이 무성해서 예부터 섬사람들에게 좋은 먹을거리였다.
울릉도의 대표적인 나물은 삼나물이다. 잎이 산삼처럼 생겨서 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 인삼에 든 사포닌이 많다. 삼나물은 묘한 맛이다. 땅에서 자란 풀 조각이지만 쇠고기 맛이 난다. 한우의 쫄깃한 육질 맛이 입안을 들뜨게 한다. 울릉도에서만 재배되고 1년에 한 번밖에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참고비는 단백질 등이 풍부한 고급나물이다. 통통한 줄기를 젓가락에 휘휘 감아 먹으면 흡사 태안반도의 박속낙지를 먹는 기분이 든다.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명이는 주로 초절임을 해서 먹는다. 1882년 조선 고종 19년 육지에서 개척민들이 섬에 들어와서 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배고픔을 달려준 것이 명이였다. 이름이 명이(茗夷)가 된 사연이다.
울릉도 나리분지로 내려오면 <나리촌 식당>에서 한상 떡하니 차려진 나물밥상을 만난다. 씹을수록 나물의 고운 결이 혀를 휘감는다. 땅두릅이나 더덕은 까칠까칠한 거친 맛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 또한 자연의 맛이다. (054-791-6082)
울릉도는 나물 외에도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회 요리에 정신을 팔 시간이 없다. 익힌 홍합과 밥을 달콤한 장으로 비빈 홍합밥은 참기름을 들이부은 듯 고소하고, 오징어 내장탕은 구수해서 술꾼들 해장에 더없이 좋다.
산나물은 울릉도를 찾지 못한 사람들도 전화 한 통화면 맛볼 수 있다. 울릉농협(054-791-6018,6008)과 울릉군 농민후계자의 집(054-791-0602,0603)에서 주문할 수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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