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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폭탄주를 거절하는가

등록 2008-06-11 22:51수정 2008-06-15 09:51

미생물의 유무 역시 맥주의 맛을 좌우한다. 미생물이 없도록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미생물의 유무 역시 맥주의 맛을 좌우한다. 미생물이 없도록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매거진Esc]백우현 공장장과 맥주의 시대 ⑥-마지막회
발효시킨 맥주에 대한 예의… 취기 모자랄 땐 소주 추가로 들이켜

독일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슈타르크비어페스트’입니다. ‘슈타르크’(Stark)는 영어의 ‘스트롱’(strong)입니다. 슈타르크비어란 도수가 6∼8도인 고알코올 맥주를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도 고알코올 맥주가 출시돼 있습니다. 해마다 2월이 되면 ‘맥주의 메카’인 뮌헨에는 슈타르크비어페스트(페스트는 축제란 뜻)가 열립니다. 매년 9월 말∼10월 초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만큼은 뒤지지 않습니다.

2월의 독일에선 슈타르크비어페스트를

95년 2월 제가 공부하던 뮌헨은 슈타르크비어페스트로 떠들썩했습니다. 축제 기간 내내 저도 코가 빨간 상태로 지냈습니다. 보통 맥주는 1000㏄ 다섯 잔 정도 마셔야 취기가 오르던 저였지만, 슈타르크비어만큼은 1000㏄ 석 잔에 나가떨어졌습니다. 취기가 오르면 옆 테이블 누구와도 합석해 술잔을 부딪쳤습니다. 독일인들은 몸을 덥히려고 주로 겨울에 슈타르크비어를 마셨습니다. 고알코올 맥주가 보통 맥주보다 도수가 더 높은 이유는 맥아를 더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맥아가 발효돼 당분이 되고, 당분이 알코올이 됩니다. 맥아를 더 많이 써서 당 함량을 높이면 덩달아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파울라너’(Paulaner)란 제품이 가장 유명했습니다. 혹시 2월에 독일을 여행할 일이 있다면 슈타르크비어페스트를 놓치지 마세요. 슈타르크비어에 독일 소시지, 감자 으깬 것, 돼지 정강이 요리(슈바이네학센)를 함께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을 땐 그저 프레첼(잘 부서지고 윤이 나는 짭짤한 크래커)에 맥주를 곁들였습니다. 따로 식사할 필요가 없었죠.

95년 11월 김포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독일에서의 추억은 어느새 먼 과거가 돼 버렸습니다. 밤새울 일이 줄을 이었습니다. 페트병 맥주 개발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종종 사 드시는 페트병 맥주는 사실 간단한 게 아닙니다. 일반 페트병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외부와 어느 정도 공기가 통합니다. 내용물이 맥주일 땐 문제가 됩니다. 김이 샌 맥주가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맥주 페트병은 삼겹으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페트병 맥주는 전 세계에서 출시됐지만 오직 한국과 러시아에서만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별로 팔리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라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맥주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유럽은 맥주병을 직접 들고 홀짝이는 문화인 반면, 한국은 술을 따라주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마지막 인터뷰를 기념해, 맥주 맛을 감별하는 요령 하나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맥주는 언제나 생맥주가 맛있습니다. 갓 지은 밥이 맛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종종 생맥줏집에서 시큼하고 쿰쿰한 맛에 입맛을 버리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이는 생맥주가 문제가 아니라 업주가 관리하는 생맥주 통·주입기의 문제입니다.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아 미생물이 번식하고, 번식한 미생물이 생맥주의 효모를 오염시켜 맛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생맥줏집은 피해야 합니다.

맥주 이름 중에, ‘○○라이트(light)’라고 돼 있는 게 보입니다. 이는 탄수화물 양을 줄였다는 뜻입니다. 맥아는 탄수화물입니다. 이를 발효시키면 탄수화물이 당분으로 변합니다. ‘라이트’ 이름이 붙은 제품은 보통 맥주보다 좀더 많은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변화시킨 맥주입니다. 따라서 칼로리가 적어 살이 덜 찝니다. 반면 바디감(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약해져 묵직한 맛은 떨어집니다.

페트병 맥주는 삼겹살이다?

맥주회사 사람들은 절대 폭탄주를 마시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어렵게 발효시켜 만든 맥주에 왜 소주나 양주를 탄단 말입니까? 오로지 맥주의 순수한 맛을 즐길 따름이죠. 맥주가 제 새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83년 입사한 뒤부터 지금껏 폭탄주를 마시지 않습니다. 다만 취기가 부족할 땐 ‘독일식’으로 해결합니다. 폭탄주 문화가 없는 독일인들은 취하고 싶을 땐 맥주를 들이켜자마자 슈납스(독한 독일식 증류주) 한 잔을 털어 넣고 다시 맥주를 마십니다. 저는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시켜 맥주를 들이켠 뒤 소주 한잔을 털어 넣습니다. 폭탄주보다 훨씬 낫습니다. 맥주에 대한 예의입니다.

백우현 오비맥주 광주공장장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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