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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이 묻은 ‘낭만달걀’

등록 2008-06-04 21:52수정 2008-06-06 15:09

꿀이 묻은 ‘낭만달걀’
꿀이 묻은 ‘낭만달걀’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사이다와 삶은 달걀은 기차여행에서 흔히 떠오르는 단골 메뉴다. 삶은 달걀을 머리에 톡톡 부딪히면 부화하는 공룡 알처럼 균열이 생긴다. 꼼지락꼼지락 그 껍질을 까서 창밖으로 날리고 배시시 웃는다. 내 손에는 단단하고 하얀 솜뭉치 같은 달걀이 남는다. 창 밖의 시원한 여름 바람과 사이다가 매인 목을 뚫어준다.

지금은 고속열차 안에서 사라진 풍경이지만 달걀은 ‘여행’이고 ‘친구’이고 ‘향수’다. 같은 모양의 달걀이지만 다 같은 달걀이 아니다.

이화여대 앞 ‘아지모토’에서 만난 달걀은 ‘아지모토’에만 있는 낭만 달걀이다. 검은 갈색이 짙은 노랑색 위에 두껍게 둘러쳐 있고 탱탱하기는 우리아기 피부 같다. 중심부로 갈수록 짙은 갈색은 옅어진다. 그 위에 뿌려진 파와 깨소금이 한 자세 취한다. 이 달걀의 이름은 ‘아지타마’. 주인 김종섭(46)씨가 일본에서 먹었던 맛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만들었다. 그의 일본에 대한 낭만이 숨어 있다. 가격도 단돈 500원이다. ‘아지’는 맛이란 뜻이고 ‘타마’는 구슬이란 뜻의 ‘타마고’를 줄여 주인 김씨가 붙였단다. ‘맛구슬’이란 의미다.

‘아지타마’는 달걀을 꿀과 간장소스에 3일 동안 저온으로 숙성시켜서 만들었다. 간장소스는 일본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센 불과 약한 불을 오가면 12시간 이상 조린 김씨만의 간장이다. 짠맛의 간장과 단 꿀이 합쳐져서 요상한 맛을 낸다.

김종섭씨는 10년 넘게 일본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언젠가 꼭 자신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지모토’를 만들었다. ‘아지모토’는 ‘맛의 기본’이라는 의미란다. 이 집은 일본 라멘 요리가 가득하지만 ‘아지타마’가 별미다.

이곳에서 젓가락질을 하고 나서는 이들의 표정이 밝다. 땀방울도 송골송골 맺혀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방법이 있다. 그의 다른 친구들이 나를 어찌 대하는지 눈여겨보면 된다. 이곳의 ‘아지타마’ 맛도 문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에서 알 수 있다.(02-313-0817)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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