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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생새우초밥

등록 2008-04-02 22:14수정 2008-04-06 16:40

간장게장 생새우초밥
간장게장 생새우초밥
[매거진 Esc] 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음식 만화 <맛의 달인>(하나사키 아키라, 가리야 데쓰 작)의 ‘초밥에 숨겨진 마음’ 편은 이렇다. 각종 언론이 맛있다고 소개한 한 초밥집. 주인은 기고만장하다. 손님들에게 맛으로 군림하는 왕이다. “맛 없으면 가라. 네 입맛이 저질”이라고 소리친다. 그 자만을 주인공 야마오카 지로가 깼다.

야마오카 지로는 주인을 데리고 낡고 허름한 동네의 초라한 초밥집으로 끌고 간다. 그 주인 미지로는 한 없이 친절하다. 그곳에서 맛본 초밥은 훌륭했다. 야마오카 지로는 말한다. “정성이 담기지 않은 초밥은 그저 밥 덩어리에 지나지 않아.”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맞은편 좁고 누덕누덕한 골목에서 만난 초밥집 ‘은행골’의 주인 손경원(42)씨가 그랬다. 친절한 미지로를 닮았다. 초라하지만 정성이 담긴 초밥.

손경원씨는 20년 경력 요리사다. 하지만 유명한 일식집에서 일하지도, 호텔이나 일본 식당에서 요리를 배우지도 않았다. 열여덟 살 일식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스물한 살에 본격적으로 회칼을 잡으면서 독학한 요리 솜씨다. 그의 철학은 좋은 재료와 정직한 맛뿐이다.

이 집의 참치초밥은 다랑어 중에서도 좋은 재료로 알려진 참다랑어로 만든다. 밥보다 그 위에 얹은 참치의 크기가 커서 맛나다. 이 집만의 독특한 메뉴는 생새우를 간장게장소스에 하룻동안 절인 초밥이다. 이름은 ‘생새우초밥’. 고추냉이가 많이 들어간 느낌도 들지만 생새우의 신선한 맛과 우리네 간장게장의 달고 짠 듯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일식집에서 초밥과 함께 나오는 튀김이나 무침 같은 것들은 나오지 않는다. 거품을 뺀 가격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다. 친절한 손씨의 소문이 알음알음 나서 일찍 가지 않으면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02)859-4988.

박미향 글·사진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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