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하인의 사진. 열악한 노동환경과 순진무구한 표정이 대비된다.
[매거진 Esc] 인터넷 사진여행
http://www.historyplace.com/unitedstates/childlabor/
http://masters-of-photography.com/H/hine/hine.html/
요즘은 뜸하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장식용으로 많이 걸리던 그림이 있었다. 고층 빌딩 공사장 철근 위에서 도시락을 먹는 노동자들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어떤 이가 그것이 진짜 사진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합성되지 않은 진짜 사진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다시 돌아오는 질문이 이랬다. “그럼 저 모델들은 저런 위험한 사진을 찍고 돈을 얼마나 받았을까?” 그 말에 다시 한번 그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노동자들의 표정은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오히려 만들어진 사진처럼 낯설게 보였다. 그 낯선 풍경이 바로 80년 전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건설 중인 노동자>를 찍은 이는 루이스 하인(1874∼1940)이다.
루이스 하인은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미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창시자다. 이전까지 사진은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는 예술로 여겨졌다. 선명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기구였다. 사회학자였던 루이스 하인은 대학의 강의 교재로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며 귀족이 아닌 가난한 이민자, 노동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20세기 초의 미국은 농촌 해체, 도시빈민 증가, 저임금 노동으로 사회약자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루이스 하인은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하층계급의 생활을 알리고자 카메라를 선택했다. 그중에서 어린아이들의 노동을 찍은 작업은 그의 대표작들이다. 대부분의 사진들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표정이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업은 미국 아동노동법 제정의 근거가 되었다. 뉴욕의 건설 노동자들을 찍은 사진들은 피곤하고 힘든 노동을 표현하기보다는 노동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사진들은 삶과 노동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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