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인터넷 사진여행-체스트 히긴스
사진은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에 관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진은 사진가의 생각을 알려준다. 거기에 따라 카메라의 대상과 관점이 달라진다. 사진은 그걸 이미지로 반영한다. 그에 대한 자기 확신은 좋은 사진을 만들고, 좋은 사진은 자기 확신을 더욱 굳게 한다.
사회운동가가 찍는 사진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줄까? 체스트 히긴스는 미국에 사는 흑인이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인권운동가이자 작가다. 1970년대 미국의 매체 사진은 흑인들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독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런 상황에서 히긴스는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카메라를 사서 대고모와 종조부를 처음 찍었고, 흑인 대학생들의 시민권 투쟁을 찍었다. 대학 졸업 뒤 잡지사에 전화를 걸어 무작정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봐주길 부탁했다. 그리고 많은 스승으로부터 전문지식을 배워 사진가가 되었다.
그는 자신을 카메라를 멘 문화인류학자라 부른다. 체스트 히긴스는 흑인들의 삶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흑인의 세계를 면밀하게 보여준다. 인물 사진들은 비극적이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풍경 사진들은 매혹적이며 고독하다. 체스트 히긴스의 카메라는 바로 흑인 문화와 역사의 대변자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의 작업은 라이프, 뉴스위크, 포천, 지이오(GEO) 등 여러 잡지에 실렸으며,
시비에스(CBS), 에이비시(ABC) 등 유수의 방송사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글 박승화 <한겨레21> 사진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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