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일년 내내 물소 요구르트 즐겨요

등록 2008-03-26 22:48수정 2008-03-28 15:09

네팔인들은 산악지대로 이뤄진 생활조건에 맞춰 독특한 차 문화를 발달시켰다. 한겨레 자료사진.
네팔인들은 산악지대로 이뤄진 생활조건에 맞춰 독특한 차 문화를 발달시켰다. 한겨레 자료사진.
[매거진 Esc]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④
현지인들은 밀크티 대신 소금 넣은 블랙티 … 생강·후춧가루도 살짝

네팔 음식 문화를 좀더 설명할까요. 원래 네팔엔 커피 문화가 없습니다. 홍차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 레스토랑에 찾아온 손님에게 밀크티를 대접합니다. 그러나 네팔에서는 전통적으로 블랙티로 마십니다. 그냥 홍차를 물에 우려서 설탕을 안 넣고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십니다. 왜 설탕이 아니라 소금을 넣느냐고요? 저도 어디서 설명을 들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추측합니다.

한국 커피잔의 다섯배 크기 잔으로

첫째, 네팔은 산악지대라 설탕이 귀했습니다. 둘째, 홍차를 일하면서 많이 마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네팔은 농사가 주요 산업입니다. 농사일로 힘들 때 소금을 넣은 블랙티를 마시면 좋습니다. 일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면 소금이 필요합니다. 저도 가끔 네팔에 돌아가면 이걸 느낍니다. 오가며 힘이 들어서 그런지 한국에서보다 블랙티를 많이 마십니다. 소금이 몸에 들어가야 피곤함이 없어집니다. 또 소금을 넣어야 질리지 않고 계속 마실 수 있습니다. 설탕을 넣으면 여러 잔 못 마십니다. 소금을 연하게 넣은 차는 줄기차게 마실 수 있죠.

잔은 보통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커피잔의 다섯 배 정도 크기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잔에 블랙티를 담아 날씨가 춥고 피곤할 때 마시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블랙티에 생강을 넣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생강차처럼 목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도 네팔에 있을 때 종종 그렇게 마셨습니다. 추운 날 블랙티에 후춧가루를 살짝 넣어 마시면 몸에서 열이 오릅니다. 당시 시골 할아버지 집에는 바로 마당에 차나무가 있었습니다. 마당에서 바로 찻잎을 따서 말려 차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레스토랑 메뉴 가운데 달(콩으로 만든 국요리)을 찾는 분도 많습니다. 여기 한국에는 작은 콩이 녹두밖에 없지만 네팔에서는 작은 콩 종류가 다양합니다. 색깔도 초록·검정·노랑 등 많습니다. 지방마다 색깔, 맛 모두 다릅니다. 달은 이렇듯 여러 종류의 콩을 섞어서 만듭니다.

제 레스토랑의 또다른 메뉴인 모모는 모양이 한국 만두와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야채가 별로 없고 거의 고기로 속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야채는 오직 양파만 조금 넣습니다. 물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 등으로 만두소를 만듭니다.

후식으로 요구르트를 많이 먹습니다. 요구르트를 ‘다히’라고 부릅니다. 네팔에서는 다히를 집에서 만듭니다. 네팔에서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집집마다 물소들이 한두 마리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우유를 사먹지 않고 자기가 직접 소를 키우면서 젖을 짜 먹습니다. 그 젖으로 요구르트도 직접 만들지요. 일년 내내 집에서 요구르트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요구르트를 만드느라 젖을 발효시키면 위에 버터가 뜹니다. 그렇게 걷어낸 버터를 ‘기’라고 부릅니다. 기를 끓여서 식용유가 따로 없는 네팔에서 식용유로 사용합니다. 나머지 요구르트를 물처럼 마시는 것입니다. 요구르트에 과일 등을 넣어서 음료수인 라시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장사하려면 정이 필요하더라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④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④
한국어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본 드라마는 차인표씨가 나왔던 <별은 내 가슴에>입니다. 가장 재밌게 봤습니다. 뉴스는 빠짐 없이 봤습니다. 장사 때문에 시간이 없어 다른 티브이 프로그램은 안 봐도 9시 뉴스는 항상 봤습니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 것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날 새로 익힌 표현을 시장 다닐 때 외워질 때까지 사용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용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장사를 하려면 정이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어를 제가 배워서 한국 문화를 알고 반대로 한국인들에게 네팔어와 네팔 문화를 알렸습니다. 그 와중에 서로 정이 쌓였습니다. 정이 있어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대문에 평화시장이 있습니다. 시장 상인 중에 저를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른 한국인이 와서 외상 달라고 해도 안 주는 걸 저한테는 줍니다. 그게 다 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