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의 커리 요리는 색도 맛도 다양하다. 왼쪽부터 달 머커니(Dal Makhani. 녹두, 크림, 향신료를 넣은 커리), 머턴 아차르(Mutton Achar. 양고기 커리), 치킨 티카 머설라(Chichen Tika Masala. 닭고기와 양파, 토마토를 넣은 커리), 파락 퍼닐(Palak Panir. 시금치 커리).
[매거진 Esc] 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③
난을 뜯어 커리에 찍으면 건더기 잠수…네팔에선 한 사람씩 주문하기도
네팔은 작은 나라지만 서른여섯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지방과 부족마다 음식·생활·행동문화가 다 다릅니다. 사고방식도 다르지요. 같은 부족끼리 결혼하는 풍습이 있는 이유입니다. 네팔사람은 몽골계와 아리안계로 분리됩니다. 몽골계는 술과 고기를 먹습니다. 제가 속한 구룽족은 몽골계이므로 술과 고기를 다 먹습니다. 몽골계는 친구가 오면 고기와 술부터 먹입니다. 식사는 그 다음입니다.
몽골계와 아리안계의 식문화 차이
반대로 아리안계는 술과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손님이 와도 홍차만 내어 놓지 술이나 고기 같은 건 대접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같은 네팔 사람이지만 생각의 잣대가 다르고 문화가 다릅니다. 한국에 와 있는 네팔인들도 비슷합니다. 한국에 온 네팔 사람들끼리 결혼을 많이 합니다. 이때도 대부분 같은 부족끼리 결혼합니다.
만약 아들 하르시트가 다른 부족이나 다른 나라 사람과 국제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저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자기 문화는 잊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들이 한국이나 미국에 귀화하더라도 네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네팔 음식 얘기를 할 차례입니다. 음식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커리를 먹는 요령부터 한 가지 말씀드리죠. 저는 제 식당에 처음 오신 분들에게 직접 먹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시키지 않도록 제가 양도 조절해 줍니다. 첫째 요령은 한번에 많이 주문하지 말라는 겁니다. 저야 손님들이 주문을 많이 해서 매상이 오르면 좋지만 그러면 네팔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미리 음식을 만들어놓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먹을 만큼 시켜야 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난을 커리에 찍어 먹지 말고 커리를 떠서 난에 얹어 먹으라는 겁니다. 보통 한국 손님들은 난을 뜯어서 커리에 찍어서 먹는데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고기나 감자 등 건더기가 가라앉습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요리사들이 훨씬 편합니다. 그때그때 주문할 때마다 요리를 한다고 칩시다. 10명이 와서 일일이 주문하면 나중에 오는 사람은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주방에 있는 사람은 편하지요. 하지만 맛을 따지면 바로 해 먹는 게 맛있습니다. 주문한 뒤 요리를 하면 그때그때 손님의 주문대로 조금씩 요리를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손님은 원래 나오는 음식 맛보다 맵게 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또 어떤 손님은 더 순하게 해 달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미리 음식을 만들어놓으면 이런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손님의 만족감도 떨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굳이 그때그때 요리를 하는 원칙을 지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때그때 손님들의 주문대로 음식을 맞춰주니 지금 손님의 70% 이상은 단골손님입니다. 원하는 대로 해주니 자주 오시는 것 같습니다. 가끔 해가 져도 깜빡 잊고 간판 전등을 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손님들은 찾아옵니다. 거꾸로 불이 꺼졌다고 알려줍니다. 월요일 점심때처럼 한가할 때는 제가 직접 손님들과 대화합니다. 그분들의 주문을 받으면서 요리 얘기를 하고 네팔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립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그분들이 제게 거꾸로 네팔에 대해서 묻기도 합니다. 손님이 오면 설명부터 하다보니, 어떤 손님은 제게 조심스레 “혹시 네팔에서 약사를 하셨냐”고 묻더군요. 너무 설명을 잘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다르카리’는 뭡니까?
네팔 현지에서는 커리를 먹는 문화도 좀 다릅니다. 한국인들은 커리를 하나 시켜놓고 여러 사람이 함께 난을 찍어 먹습니다. 그러나 네팔 사람들은 커리를 아예 한사람씩 따로 주문하거나 아니면 자기 접시에 커리를 덜어 먹습니다. 한국 사람처럼 한 접시를 같이 나눠먹지 않습니다.
현지에서는 커리라는 말도 안 씁니다. 네팔 식당에서 “커리 주세요”라고 말하면 못 알아먹습니다. 커리는 사실 반찬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도에서는 ‘사브지’라고 하고 네팔에서는 ‘다르카리’라고 합니다. 인도인들은 식당에 가서 “오늘 사브지는 뭘로 만들었어요?”라고 묻습니다. 네팔에서는 “오늘 다르카리는 뭡니까?”라고 묻습니다.
구룽 네팔식 레스토랑 ‘에베레스트’ 대표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만약 아들 하르시트가 다른 부족이나 다른 나라 사람과 국제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저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자기 문화는 잊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들이 한국이나 미국에 귀화하더라도 네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네팔 음식 얘기를 할 차례입니다. 음식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커리를 먹는 요령부터 한 가지 말씀드리죠. 저는 제 식당에 처음 오신 분들에게 직접 먹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시키지 않도록 제가 양도 조절해 줍니다. 첫째 요령은 한번에 많이 주문하지 말라는 겁니다. 저야 손님들이 주문을 많이 해서 매상이 오르면 좋지만 그러면 네팔 음식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미리 음식을 만들어놓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먹을 만큼 시켜야 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령은 난을 커리에 찍어 먹지 말고 커리를 떠서 난에 얹어 먹으라는 겁니다. 보통 한국 손님들은 난을 뜯어서 커리에 찍어서 먹는데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고기나 감자 등 건더기가 가라앉습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요리사들이 훨씬 편합니다. 그때그때 주문할 때마다 요리를 한다고 칩시다. 10명이 와서 일일이 주문하면 나중에 오는 사람은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미리 만들어두면 주방에 있는 사람은 편하지요. 하지만 맛을 따지면 바로 해 먹는 게 맛있습니다. 주문한 뒤 요리를 하면 그때그때 손님의 주문대로 조금씩 요리를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손님은 원래 나오는 음식 맛보다 맵게 해 달라고 주문합니다. 또 어떤 손님은 더 순하게 해 달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미리 음식을 만들어놓으면 이런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손님의 만족감도 떨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굳이 그때그때 요리를 하는 원칙을 지키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때그때 손님들의 주문대로 음식을 맞춰주니 지금 손님의 70% 이상은 단골손님입니다. 원하는 대로 해주니 자주 오시는 것 같습니다. 가끔 해가 져도 깜빡 잊고 간판 전등을 켜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손님들은 찾아옵니다. 거꾸로 불이 꺼졌다고 알려줍니다. 월요일 점심때처럼 한가할 때는 제가 직접 손님들과 대화합니다. 그분들의 주문을 받으면서 요리 얘기를 하고 네팔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립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그분들이 제게 거꾸로 네팔에 대해서 묻기도 합니다. 손님이 오면 설명부터 하다보니, 어떤 손님은 제게 조심스레 “혹시 네팔에서 약사를 하셨냐”고 묻더군요. 너무 설명을 잘한다고 말입니다. 오늘 ‘다르카리’는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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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룽 사장의 에베레스트 요리 이야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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