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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낯설음. 사진 출처 〈조엘 마이어로위츠 열화당 사진문고〉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얼굴이 없다. 얼굴이 없는 사진도 사진이 된다. 목 위에 둥근 원과 그 안에 일정 간격의 줄은 현대인의 잃어버린 영혼 같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고 산다.
이 사진은 사진가 조엘 마이어로위츠가 1963년 한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구하려고 줄을 섰다가 찍었다. 극장의 대화 창구가 창구 직원의 얼굴을 대신하는 상황과 마주치고 셔터를 눌렀다. 그는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그림과도 같다”고 회고했다.
1938년생인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곧 사진가의 길에 접어든다. 그의 디자이너 사무실은 뉴욕에 있었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뉴욕은 늘 새로운 상상의 날개를 펴게 했다. 5번가를 바쁘게 지나가는 직장인들, 쇼핑객, 높이 올라가는 마천루 …. 날마다 새로운 뉴욕이 만들어졌다. 1960년대 뉴욕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 진화에 ‘필’이 꽂혔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의 영향을 받았다. 프랭크가 미국의 비극적인 면을 부각해서 사진을 찍었다면, 그는 다분히 희극적이고 유쾌한 사진을 만들었다.
1973년부터는 컬러사진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건물과 빛의 색감을 최대한 살려 셔터를 눌렀다. 해가 질 때나 빛이 강할 때, 혹은 흔하지 않는 광선이 도시와 자연을 비출 때를 놓치지 않았다. 묘한 빛깔이 주는 감동이 2000년대 우리의 시선도 붙잡는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출처 <조엘 마이어로위츠 열화당 사진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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