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바람같은 이야기> 청어람미디어.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맹금류인 흰머리독수리는 새뿐만 아니라 땅에서 기는 짐승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다. 그 날카로운 눈매 뒤에 새끼에게 먹을거리를 부지런히 나르는 따스한 모성이 숨어 있다. 사진가 호시노 미치오는 그 풍경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다큐멘터리 사진은 때로 지루하게 보인다. 오랫동안 피사체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야생의 동물들이 자신의 날카로운 본성을 누그러뜨리고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 정확한 구도 안에서 놓치지 않고 그것을 담아야만 한다. 어느 사진보다 어렵다. 어쩌면 인내 싸움일지 모른다.
호시노 미치오는 1952년 일반 치바현 이치카와 시에서 출생했다. 젊은 시절 알래스카에 반해버렸다. 21살이 되던 1973년부터 1996년까지 대부분을 알래스카에 기거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그의 작품이 실렸으며 세계적인 야생동물 사진가로 이름을 알렸다. 티브이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러시아 캄차카 반도 쿠릴호에서 잠을 자던 중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많은 알래스카인들이 지금도 그를 추모한다. 아내와 아들은 아직도 알래스카에 산다.
그의 야생사진엔 기교가 없다. 정직하다. 저서에도 담백하고 풋풋한 인간성과, 자연을 친구로 여긴 품성이 드러난다. 어눌하고 따스한 감성을 소유한 사진가다. 그의 사진을 오랫동안 보노라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사진출처 <바람같은 이야기> 청어람미디어
박미향 기자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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