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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 극한의 미학

등록 2008-02-27 22:40수정 2008-02-27 22:43

알몸, 극한의 미학. 사진 출처: 〈베르사체/아베든〉(VERSACE/AVEDON) 랜덤하우스 펴냄
[매거진Esc] 사진읽어주는 여자
손은 발인 동시에 손이었다. 몸은 알몸인 동시에 입은 몸이었다. 인체의 아름다운 굴곡과 구두로 만든 팔의 곡선은 완벽한 구도를 만든다. 뾰족한 것은 구두와 가방뿐이다. 가방조차 둥근 모서리로 되어 부드러움을 한층 더한다. 직선인 끈만이 모델의 등을 타고 내려 올 뿐이다. 이탈리아 의류 베르사체(VERSACE)의 구두와 가방을 찍은 패션사진이다.

패션사진에서 알몸은 흔한 표현 수단이다. 신이 만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라지 않던가! 패션사진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표현하려는 장르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가 리처드 아베든은 그 극한을 쫓아 평생을 카메라에 매달렸다.

그는 흰 배경천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흰 배경천은 빛을 가감하는 정도에 따라 회색이 되거나 흰색 혹은 검은색이 된다. 지루해 보인다. 하지만 모델의 극단적인 행동과 인간의 희로애락을 잡아낸 그의 사진은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이고 우아하다. 그의 인물사진이 미니멀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1944년에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아트 디렉터 알렉시 브로도비치에게 발탁되어 2004년 여든한살로 숨지기까지 무려 59년 동안 세계 정상의 패션사진가로 활동했다. 그는 타계하던 순간까지도 <뉴요커> 매거진이 의뢰한 ‘온 데모크라시’ 사진 작업을 했다고 한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출처: 〈베르사체/아베든〉(VERSACE/AVEDON) 랜덤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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