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3년 전 아이슬란드에서였다. 북위 66도 30분, 북극선이 지나가는 도시 아쿠레이리에서였다. 성당 앞 계단에 걸터앉아 군청색 피오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하늘에서 스텔스처럼 생긴 ‘평판형 삼각 전투기’가 내려오는 게 아닌가. 이런 평화로운 도시에 전투기라니! 난 매너리즘에 빠져 카메라를 더듬었고, 스텔스기는 기수를 꺾지 않고 바다를 향해 돌진했다,는 것까지 기억난다. 정말로, 평판형 삼각 전투기는 피오르드 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바다 밑에 해저기지가 있는 걸까.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 북극권 이상에서 접하는 일종의 환각 상태. 파타 모르가나에 빠지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다거나, 숨이 가빠진다거나, 앞이 희미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가이드북의 친절한 설명으로는 갑자기 공기가 맑고 차가워지면서 사람이 일시적으로 적응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 단어는 그날부터 줄곧 혀끝에서 맴돌았다. 파타 모르가나, 파타 모르가나, 아, 모르겠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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