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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초대

등록 2007-12-05 22:04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생활공간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대상을 테마로 잡아봅시다. 사진에 이야기를 곁들이면 재미있게 꾸밀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백마랍니다. 밤 12시가 되면 저 마차는 호박으로 변해 버릴텐데 어쩌나? 아참 그럼 나는 뭘로 변하더라? 생쥐 …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도대체 신데렐라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한편, 그 시간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춤을 추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샹들리에 따라 왈츠 따라.

이곳은 가을이 깊어져가던 10월의 마지막날 서울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이며, 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어두컴컴한 역 구내가 아이들의 보석같은 작품으로 번쩍번쩍 빛이 난다. 시계·보석함·액자 등 재주도 가지가지. 마술램프도 있다.


서울 곳곳의 지하철 역사엔 이런 작품들이 수시로 선보인다. 백마가 빈 마차를 달고 기다리는 사진의 경우엔 플래시를 터뜨렸다. 감도를 높이면 역사의 조명만으로도 버틸 순 있지만 뒤로 보이는 여러 게시물과 계단등이 시야에 잘 들어와서 주인공쪽의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플래시덕에 앞만 강조할 수 있었다. 무도회장 사진의 경우 심도를 얕게 해 여러 인형들 중 신데렐라만 두드러져 보이게 했다.

혹 여러분이 타거나 내리는 역에 색종이가 반짝거리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살펴보고 가시라.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한 번 빠지게 되면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러분들도 신데렐라님과 함께 춤을 즐기지 않으시렵니까?

아무래도 신데렐라는 오늘도 밤 자정을 넘겨버릴 것 같다.


곽윤섭 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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