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섭의 사진클리닉〉그림 그리는 기분으로
[매거진 Esc]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Q 동아리에서 조촐한 체육대회를 했어요. 여자부 달리기를 찍은건데 주제는 “출발, 달려라!!!”입니다. 그런데 왼쪽 남자애의 ‘출발’을 외치는 모습은 좋은데 몸이 반쯤 잘려나가서 좀 불편해 보입니다. 오른쪽 여자애의 어깨도 잘렸구요. 그래서 양쪽을 잘라보았는데, 깔끔하긴 하지만 원본의 생생한 이미지가 없어져버려요. 음, 그래서 잘라야 할지, 그냥 놔둬도 괜찮을지 …. 그게 먼저 궁금하구요. 자른다면 어떻게 잘라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려요.
조은미/광주 광산구 신촌동
A 말씀하신 것처럼 좀 잘라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필요는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사진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야 할 사정이 있다면 자르지 않아야 하나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큰 목적이라면 자릅니다.
오른쪽 두 분이 한 발 앞서 달려나오는 게 힘차게 보이므로 포함시킵니다. 왼쪽의 남자는 자릅니다. 그 정도에서 원본의 비율을 살리려면 오른쪽 사진과 같이 됩니다. 만약 이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납득하실 것입니다. 사진은 우연히 찍힐 가능성이 늘 있지만 그림이라면 화가의 의도를 100%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사진을 찍는 비결은 “그림 그리듯” 찍는 데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면 좌우의 인물들을 저런 상태로 어중간하게 자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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