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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사람들

등록 2007-07-11 16:44

[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어이, 비실비실!”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독자들이라면 그럴 겁니다. 김준수를 아십니까? 연재만화 ‘좀비의 시간’(13면) 주인공입니다. 친구 오달수는 준수를 ‘비실비실’이라 놀립니다. 지금 준수와 달수는 경찰에 쫓기는 신세지요. 준수가 좀비에게 물렸기 때문입니다.

기자들도 가끔 비실비실거립니다. 정신을 못 차리는 마감날 새벽의 풍경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갈 때면 어기적어기적 비틀거리기 일쑤입니다. 경찰이 아니라 마감에 쫓기는 그들. 문득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너 좀비지?”

경찰도 아니고 마감도 아닙니다. 법과 제도의 흥정에 쫓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매장을 점거한 채 며칠째 농성중인 이랜드그룹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7월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법안은 그들에게 좀비가 될 것을 강요하는 듯합니다. 그 법안이 시행되기 바로 전날, 이랜드그룹 산하인 뉴코아에서만 300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 당했다고 합니다. 육체는 살아 있지만 사회적으로 살해당했다고 믿는 그들은 부당한 현실을 공격합니다. 오랫동안 ‘비실비실’거리지 않기 위해 그들은 단말마적으로 ‘불끈’ 액션에 돌입했습니다. 최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고속철도(KTX)·새마을호 승무원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500일간 벌였던 농성은 사회적인 좀비가 될 수 없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좀비가 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신 좀비를 즐길 권리는 있습니다. 올여름 영화계에서 좀비는 하나의 트렌드입니다. 그런 추세를 반영하는 정보 하나. 연재만화 ‘좀비의 시간’을 향해서도 충무로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군요.

고경태/<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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