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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운동복’이 너덜너덜합니다.
폼 나게, 우아하게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만둘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듣지 않습니다. 끝까지 미친듯 운동에 몰두하겠지요. ‘헬스 보이’가 아닙니다. ‘헬스 걸’도 아닙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30대 남성도, 등산에 중독된 40대 여성도 아닙니다. 상스러운 ‘선거운동’에 인생을 건 50대 여성과 60대 남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내기를 걸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한나라당 경선을 놓고 말입니다. 누가 이기든, 진 쪽이 과연 깨끗이 승복할 것인가. 그리고 본선에서 상대 후보를 진심과 열정으로 밀어줄 것인가.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우와! 상상이 잘 안 되는 그림입니다.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이미 ‘스타일’을 구겼기 때문입니다. 서로 주고받은 극언과 욕이 도를 넘은 까닭입니다. 선거운동 할 때 예쁘게 입어야 할 운동복은 심하게 더럽혀졌습니다. 헬스클럽, 동네 뒷산, 자전거 도로, 스케이트장에서 즐기듯 운동을 한 게 아니었던 겁니다. 진흙탕 그라운드에서 격렬하게, 아니 험악하게 뒹군 셈이지요. 운동복 빨래, 불가능해 보입니다.
여권 대통합 민주신당도 폼이 안 난다고 합니다. 원초적으로 스타일이 살아날 수 없는 정당이라는 비판입니다. 급조된 잡탕 정당이라 그렇답니다. 아무리 원단과 색감,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운동복을 입어도 타고난 ‘옷걸이’가 나쁘다는 비유처럼 들립니다.
정치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당분간 선거운동 계절이라 한번 해 봤습니다. 헬스나 요가만이 운동은 아니니까요. 여러분은 ‘스포츠웨어’만 입으시기 바랍니다. 될수록 ‘선거운동복’은 착용하는 일이 없으시길. 입게 되더라도, 이번주치 커버스토리를 패러디해 곱씹어 보시길. “선거운동은 스타일이다!” 정말요? 글쎄요∼.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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