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7777. 77년 7월 7일이 또렷이 떠오른다. 수요일이었다. 부모님은 외출했고, 나는 빈집을 지켰다. 티브이 저녁뉴스의 앵커가 말했다. “행운의 날을 맞아 결혼식장이 붐볐습니다.” 그렇다면 8888은? 기억나지 않는다. 한데 꼭 요맘때면 어느 시민단체에서 이메일이 온다. ‘8888 항쟁’을 기억하라고. 88년 8월 8일을 기해 버마인들은 군사독재 정권에 분노하는 전국적 시위를 벌였다. 결과적으로는, 버마판 ‘화려한 휴가’였다고나 할까.
버마의 정식 이름은 미얀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버마’를 고집한다. 89년 국호를 개명한 정권을 인정할 수 없는 까닭이다. 책임여행론자들은 버마를 여행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정권의 외화벌이에 악용된다는 거다.
1년 전, 그 버마에 갔다. 딱 세 시간 동안이었다. 타이 북부인 칸차나부리와 쌍카라부리를 여행하다 버마 국경에서 트리파고다스파스로 들어갔다. 현장에서 하루짜리 비자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타이에서 버마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깨닫는다. 아, 타이 사람들은 참 뺀질뺀질했구나. 그만큼 버마인들의 수줍은 미소와 순수함은 인상적이다. 책임여행이고 뭐고, 다음엔 정식 비자를 얻어 버마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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