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툭’ 소리와 함께 그해 축제는 시작됐다. ‘툭’ 소리의 정체는 기타줄이 끊어지는 소리도 아니었고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도 아니었다. ‘2006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열렸던 인천 송도의 드넓은 땅은 틈틈이 내린 비 때문에 진흙탕으로 토질을 바꿨고, 그 한복판을 걸어가던 내 슬리퍼 끈은 끊어져 버렸다. 그 소리가 바로 ‘툭’ 소리였다. 졸지에 신발을 잃어버려 순간 당황했지만 주변을 걸어가는 수많은 맨발족들을 보면서 용기를 냈다. 용기백배 맨발의 기봉이, 아니 맨발의 인용이는 성큼성큼 무대 앞으로 걸어갔고 정신없이 날뛰는 한 무리의 애들 틈에 껴서 프랜즈 퍼디낸드의 노래(두 유 완 투)에 맞춰 춤을 췄다. 땅바닥이 그렇게 폭신폭신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허나 계속되는 애들의 신발 공격에 풀이 죽은 맨발의 인용이는 결국 항복하고 무리 밖으로 빠져나왔다. 문제는, 다 놀고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비닐봉지를, 그것도 한쪽은 검은색 다른 쪽은 흰색 봉지를 발에 묶고 걸어나오는데 발바닥이 간지러워서 배꼽이 빠지도록 깔깔대고 웃었다. 그날 멀쩡한 신발을 신고 있었더라면 그만큼 즐거울 수 있었을까?
축제가 또 돌아왔다. ‘2007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행사 관계자 여러분은 기겁하시겠지만) 올해도 딱 기분 좋을 만큼만 비가 내리면 좋겠다. 올해도 ‘툭’ 소리와 함께 밋밋한 일상의 끈에서 해방되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축제가 시작될 것만 같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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