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투바? 처음 들어볼 것이다. 러시아와 몽골 사이에 있는 자치공화국. 수도는 키질(kyzyl). 수도 이름에 모음이 없는 나라. 나라 이름 대기에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던 사람들도 몰랐던 나라.
한때 ‘투바를 가겠다’며 키득거리면서 여행 준비를 한 적이 있었다. 투바에는 ‘아시아의 중심 기념탑’이 있고, 병을 고치는 샤먼들이 많고, 음 …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같은 이유로 투바에 열광하는 동지들도 많았다. 투바를 사랑하는 ‘투바의 친구들’(fotuva.org)이라는 단체도 있고, 투바 여행(tuvatravel.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도 있고,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이라는 책도 있다. 투바의 친구들에게 “왜 투바에 가니?”라고 물으면 아마도 “투바가 거기 있기 때문에”라는 대답이 돌아 나올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여행을 정의하는 명제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해 난 러시아 노보시리비스크에서 비행기로 환승하느냐, 아바칸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느냐를 두고 고민하던 중 투바 여행을 접었다. 휴가 일주일은 너무 짧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투바를 흘끗거리며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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